예멘 美구축함 공격 배후지목 라덴

  • 입력 2000년 10월 20일 19시 00분


예멘에서 발생한 미국 구축함 콜호와 영국 대사관 폭발사건의 배후세력으로 국제 테러리스트 오사마 빈 라덴(43)이 다시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알리 압둘라 살레 예멘 대통령은 19일 CNN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미 구축함 콜호의 테러사건에 라덴이 깊숙이 관련돼 있다”고 주장했다.

AP통신도 “콜호 테러범 2명이 예멘의 수도 아덴 시내에 빌렸던 아파트에서 이번 사건에 이용한 것으로 보이는 폭발물이 발견됐고 현지조사활동을 벌이고 있는 미 연방수사국(FBI)도 라덴을 배후인물로 지목해 행방을 뒤쫓고 있다”고 전했다.

라덴은 81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 암살사건으로 유명해진 후 96년 뉴욕 세계무역센터 폭발사건을 비롯해 98년 케냐 및 탄자니아 미대사관 폭탄테러 등 지금까지 18건의 각종 테러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되고 있다.

아라비아의 최대건설업체인 ‘빈 라덴그룹’ 소유주의 아들로 태어난 그는 어릴 때부터 이슬람 원리주의에 심취된 것으로 알려졌다. 79년 소련이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하자 직접 전쟁에 참여해 소련에 대한 저항운동을 벌였다. 그는 ‘아랍을 오염시키는 미 제국주의’에 대한 ‘지하드(성전)’를 선포하고 아버지의 사망으로 물려받은 유산 3억달러를 반미테러를 위한 무기구입과 반군세력을 유지하는 데 투자했다. 그러나 96년 세계무역센터의 폭탄테러사건 이후 신분이 노출되자 근거지를 이슬람 원리주의가 집권하고있는 아프가니스탄으로 옮겨 과격혁명정부인 탈레반의 보호를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FBI가 추측하고 있는 그의 병력은 신형무기로 무장한 약 5000명. 특히 이집트와 예멘, 수단 등 중동 및 아프리카 각국에 자신의 지지세력과 강력한 유대를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최근에는 간과 신장 질환을 앓으면서 이라크 의사를 아프가니스탄의 칸다하르 은신처로 불러 치료를 받고 있다고 아랍계 신문 알 하야트는 전했다.

그는 특히 예멘 출신의 세 번째 부인과 네 번째 부인을 얻으면서 예멘 내 반미 추종세력을 확보했으며 이를 계기로 이번 미군 구축함과 영국 대사관에 대한 폭탄테러를 주도했을 것이라는 추측을 낳고 있다.

<백경학기자>stern10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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