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증시 일제히 폭락…美증시 중동사태 여파

  • 입력 2000년 10월 18일 18시 44분


미국 증시 속락에다 중동의 불안 등 세계 증시 악재가 겹친 탓에 일본 홍콩 대만 등 아시아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해온 증시가 18일 연중 최저치를 경신하는 등 폭락세를 보였다.

이날 일본의 도쿄(東京)증시에서는 닛케이평균주가가 전날보다 467.74엔(3.05%) 떨어진 14,872.48엔으로 마감돼 15,000엔대가 무너졌다. 닛케이주가가 15,000엔대 밑으로 떨어진 것은 지난해 3월8일 이후 1년7개월 만이다. 하락폭으로는 올들어 7번째를 기록했다.

도쿄증시주가지수(TOPIX)도 하락을 거듭해 30.90포인트(2.15%) 떨어진 1,407.26으로 연중 최저치를 경신했다.

도쿄증시에서는 전날 뉴욕증시 하락의 영향으로 후지쓰와 소프트방크가 연중 최저치를 기록했으며 소니 NTT 등 대표적인 정보통신(IT)주들이 폭락했다. 하락 종목은 1152개로 상승 종목 156개를 크게 웃돌았다.

대만증시의 TWI지수도 전날보다 270.13포인트(4.74%) 떨어진 5,432.23으로 마감돼 연중 최저치는 물론 4년반 만에 최저치를 경신했다. 특히 첨단기술주의 하락폭은 더욱 커 6.2%를 기록했으며 일부에서는 머지않아 5,200선이 무너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대만증시에서는 중국―대만간 긴장관계에 대한 우려가 고조되고 원자력발전소 건설중지 문제 등 정치적 불안도 크게 작용한 것으로 분석됐다.

대만 당국은 이날 국가안정화기금을 투입해 추가하락을 막았지만 시장에서는 이미 당국이 금융정책에 대한 신뢰를 완전히 잃었다는 지적이 많다. 이와 관련해 야당인 국민당측은 아시아 금융위기가 재발하면 수개월 내에 대만 경제가 붕괴될 것이라며 여당을 맹렬히 공격했다.

홍콩증시에서도 반도체 IT관련 첨단기술주의 하락세가 이어져 항셍지수가 전날보다 441.43포인트(2.97%) 떨어진 14,432.00으로 마감됐다. 해외투자자들이 홍콩증시에서 자금을 회수한다는 소문도 나돌아 지수하락폭이 한때 500포인트를 넘기도 했다.

조지프 에스트라다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 제출 등으로 심각한 정국 위기에 빠진 필리핀에서도 PS지수가 전날보다 8.08포인트(0.64%) 하락한 1,263.67로 마감됐다. 이는 지난 2년간 가장 낮은 수준이다.

다만 환율불안 양상을 보이고 있는 태국에서는 최근의 하락세가 다소 진정돼 전날보다 2.09% 오른 265.38을 기록했다.

아시아증시 관계자들은 “반도체 수요가 불투명한 데다 인터넷 종목의 부진, 중동정세 불안 등 악재만 남아있는 상태다. 특히 일본증시의 하락은 나머지 아시아 시장의 투자심리를 악화시켜 기관투자가들이 앞다퉈 매도에 나서고 있다. 주가수준으로는 매수를 고려해볼 수 있는 단계이지만 당분간 추가하락이 우려된다”고 내다봤다.

<도쿄〓이영이특파원>yes20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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