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예금인출 사기 비상…당국 속수무책

  • 입력 2000년 10월 18일 18시 44분


중국에서 은행에 맡긴 돈이 감쪽같이 사라지는 사고가 빈발하는 등 금융범죄에 비상이 걸렸다.

7월 광둥(廣東)성 선전의 광다(光大)은행에서는 지방검찰청이 맡긴 돈 2000만위안(약 26억원)이 사라졌다. 누군가가 검찰청의 인감을 위조해 돈을 빼낸 것.

검찰과 경찰 합동조사 결과 은행직원과 선전의 무역회사 총경리가 공모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범인들은 이미 달아나 버린 뒤였다.

이같은 대형 예금인출 사기사건이 올 들어 선전에서만 4차례나 일어났다.

선전공상은행에서는 은행직원이 예금주의 인감을 위조해 10여개사의 예금통장에서 모두 5000만위안(약 63억원)을 빼내 달아났으며 선전건설은행에서도 지점장이 같은 수법으로 8000만위안을 가로챘다. 선전농업은행의 한 출장소 소장도 같은 방법으로 1500만위안을 꿀꺽했다.

이같은 금융사고가 빈발하자 당국은 은행관리감독강화지침을 마련해 인감에 대한 관리를 강화하고 거액예금인출 시 예금주에게 전화를 걸어 사실여부를 확인토록 하는 등 방안을 강구했으나 별다른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광둥성 산터우(汕頭)시 상업은행과 산시(陝西)성 시안(西安)시 합작은행은 3월과 4월 비슷한 사고로 각각 12억위안씩을 잃어버렸다.

하이난(海南)발전은행과 홍콩 광다은행이 이같은 사건으로 잃어버린 돈은 워낙 규모가 커 아직 정확한 집계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사고는 중국 ‘금융부패’의 일면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90년대 중반이래 부동산개발붐의 거품이 꺼지면서 금융기관의 부실자산이 천문학적인 규모에 이른다는 것이다.

중국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금융구조개혁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나 부실채권 규모가 워낙 커 대형 금융위기가 늘 잠복해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베이징〓이종환특파원>ljhzi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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