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레어총리 정치자금 은닉설 곤혹…야당시절 5억원 수수

  • 입력 2000년 10월 18일 18시 37분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가 집권 이전 노동당 당수 시절 노동당의 재력가 하원의원으로부터 25만파운드(약 5억원)를 정치자금으로 받았으나 이같은 사실을 은폐해왔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곤경에 빠졌다. 국세청장 출신의 제프리 로빈슨 의원은 최근 펴낸 회고록을 통해 97년 거액의 정치자금을 블레어 당시 노동당 당수에 제공한 사실을 폭로했다고 BBC 방송이 18일 전했다.

지난해 일간지 인디펜던트는 회고록을 집필중인 로빈슨 의원이 블레어 총리에게 정치자금을 제공한 내용을 빼달라는 압력을 받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로빈슨 의원은 이번에 발간된 회고록에서 블레어 총리 외에도 고든 브라운 당시 예비내각 재무장관에게도 정치자금을 건넸다고 폭로했다.

이에 대해 노동당은 “그는 노동당에 헌금한 것이었으며 블레어 당시 당수에게 개인적으로 준 것은 아니었다”고 반박했다.

야당인 보수당은 이번 사건을 유가폭등 파동으로 흔들리고 있는 집권 노동당을 공격할 호재로 삼고 나섰다. 윌리엄 헤이그 보수당 당수는 17일 “블레어 총리는 비밀 헌금에 대한 대가로 1997년 총선 승리 직후 로빈슨에게 국세청장 자리를 주었다”며 “노동당 정권은 내분과 속임수로 얼룩진 썩은 정부”라고 비난했다. 보수당은 하원 윤리위원회에서 이 문제를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권기태기자>kk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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