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상 정국]힘 실릴 DJ…몸낮추는 '차기' 주자들

  • 입력 2000년 10월 16일 18시 34분


서영훈(徐英勳)대표를 비롯한 민주당 최고위원들은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노벨평화상 수상 발표 다음날인 14일 오후 청와대로 김대통령을 예방했다. 최고위원들은 이 자리에서 지난날을 회상하며 노벨상을 화제로 김대통령에게 덕담을 건넸다. 한 최고위원은 “따스한 자리였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김대통령의 노벨상 수상이 민주당에 대한 김대통령의 장악력 강화로 이어질 것이라는 데 대해 당내에선 이견이 별로 없다. 우려됐던 김대통령의 ‘레임 덕’현상도 그만큼 늦출 수 있게 됐다는 기대감도 있다.

김대통령의 장악력 강화는 당내 차기 대권주자들의 행동반경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우선 차기 주자들의 김대통령에 대한 의존도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의 차기 주자군(群)은 지역에 따라 쉽게 두 그룹으로 나눌 수 있다. 하나는 한화갑(韓和甲) 박상천(朴相千) 정동영(鄭東泳)최고위원 등 호남 출신이고, 다른 하나는 이인제(李仁濟) 김중권(金重權) 김근태(金槿泰) 정대철(鄭大哲)최고위원과 노무현(盧武鉉)해양수산부장관 등 비호남 출신이다.

차기 대선까지 이들이 거쳐야 할 두 관문을 ‘당내 경선’과 ‘본선’이라고 봤을 때 그 어느 관문에서도 김대통령의 지원 없이는 통과가 어려운 게 사실이다.

경선의 열쇠를 쥐고 있는 대의원들에게도 같은 얘기를 할 수 있다. 지역에 따라 편차가 있긴 해도 김대통령에 대한 충성도는 거의 절대적이라고 할 수 있다. 더욱이 노벨상 수상 발표 이후 충성도는 더 강해졌다고 봐야 한다.

차기 대권 주자들은 따라서 경선에서 본선에 이르기까지 김대통령의 지지에 목을 매달 수밖에 없게 돼 있다. 김대통령에게 ‘비토 대상’으로 비치는 후보라면 치명적인 손실을 각오해야 한다.

당연히 이에 대한 우려도 있다. 가뜩이나 대통령 앞에서 자세를 낮추고 있는 차기 주자들이 김대통령 앞에서 더 위축될 수 있다는 것이다. 당의 한 관계자는 “차기 주자들이 왜소해지면 질수록 ‘매사를 대통령 한 사람에게 의지한다’는 얘기를 들어온 당의 자생력 강화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윤영찬기자>yyc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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