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경제 '경착륙' 우려 확산…나스닥 폭락등 악재엄습

  • 입력 2000년 10월 11일 18시 45분


나스닥 지수의 폭락세가 계속되면서 최고의 호황을 보인 미국 경기 추락에 대한 우려가 급속히 고개를 들고 있다.

나스닥 지수는 10일 반도체 매출 증가가 한계점에 도달했다는 전문가들의 분석이 전해지면서 전날보다 115.03포인트(3.43%) 폭락한 3,240.53에 장을 마감해 연 나흘째 하락세를 보였다.

지난달 22일 인텔의 수익악화 전망과 함께 곤두박질치기 시작한 나스닥 지수는 이날 대형 증권사 리먼브러더스와 살로먼스미스바니가 반도체 제조업체인 알테라와 자일링스에 대한 투자 등급을 낮추면서 기술주들이 동반 하락하는 양상을 보였다.

이처럼 미국 증시의 투자 심리가 급속히 얼어붙자 뉴욕 금융가에서는 경기 냉각, 이른바 ‘경착륙(Hard Landing)’ 전망이 쏟아지고 있다.

JP모건 증권사는 올 상반기까지 10년 넘는 성장세를 보여온 미국 경제가 6월 이후 금리상승과 기업수익 악화에 따른 투자심리 위축과 함께 유가상승, 유로화 하락 등 대외적인 악재가 겹치면서 급속한 냉각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10일 전망했다.JP모건 전략가들은 “인텔 애플 등 주도 기업들의 3·4분기 실적이 기대치에 훨씬 미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유가 상승이 소비심리를 위축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미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12월 열리는 정책 회의에서 0.25%포인트 정도의 금리 인하를 단행해 경착륙 예방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JP모건 분석가들의 관측이다. 로저 퍼거슨 FRB 이사도 최근 “소비 지출이 줄어들고 기업들의 실적이 나빠지면서 미국 경기가 예상보다 빨리 둔화되고 있다”고 밝힌 바 있어 금리인하 가능성은 그 어느 때보다도 힘을 얻고 있다.

미국 신경제 호황의 잣대 역할을 해온 나스닥 지수가 맥을 못 추자 투자자들 사이에는 언제쯤 주가가 반등할 것인지를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

CIBC 월드마켓 증권사의 수보 쿠마르 수석분석가는 “둔화된 기업실적을 대하면서 투자자들이 눈높이를 크게 낮췄다”면서 “지금과 같이 주가가 바닥권에 도달했을 때 제약 정유 등 실적 우량주 위주로 매수에 나서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반면 실적 둔화가 예상되는 기업들의 발표가 계속될 예정이어서 나스닥 지수의 상승세는 당분간 기대하기 힘들다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프루덴셜 증권의 브라이언 피스코로우스키 시장분석전략가는 ”이 달 중반 이후 마이크로소프트 아메리카온라인 노키아 등 첨단 대기업들이 실적을 발표하고 나면 또 한번의 나스닥 지수하락의 폭풍이 휘몰아 칠 것“이라며 ”나스닥은 아직 최악의 바닥 상태에 도달한 것이 결코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정미경기자>mi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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