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팔 또 무력충돌…이軍 시위대에 기관총 난사

  • 입력 2000년 10월 4일 18시 36분


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과 에후드 바라크 이스라엘 총리는 4일 프랑스 파리에서매들린 올브라이트 미 국무장관의 중재로 긴급회동을 갖고 유혈 사태 해결 방안을 논의했다.

그러나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지도부의 화해 노력에도 불구하고 유혈사태는 쉽게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팔레스타인인들의 분노는 전 아랍국가로 번지면서 이스라엘과 아랍의 전면전으로 치달을 가능성마저 낳고 있다.

이날 가자지구와 요르단강 서안의 이스라엘 정착촌에서는 팔레스타인 시위대와 이스라엘군의 무력충돌이 다시 일어났다. 이스라엘군은 중무장 헬기를 동원, 자동소총으로 무장한 일부 팔레스타인 민병대와 돌과 화염병을 던지는 시위 군중을 향해 기관총과 로켓포를 난사했다.

모세 야론 이스라엘군 참모차장은 4일 “최악의 상황이 기다리고 있다”고 말해 전면전을 대비하고 있음을 내비쳤다.

이집트 이라크 레바논 오만 등에서는 각각 수천명의 시위대가 “이스라엘이 야만적인 대량학살을 자행하고 있다”고 비난하며 항의시위를 벌였다. 요르단에서도 학생 등 수천명이 이스라엘과의 평화협정 파기를 요구하며 시위를 벌였다. 일부는 암만 주재 이스라엘 대사관으로 몰려가 경찰과 충돌하기도 했다.

국제사회의 중재 움직임도 점차 빨라지고 있다. 양측 정상은 파리회담에 이어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도 만날 예정이다. 아난 총장은 3일 “평화회복을 위한 모든 조치를 강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호스니 무바라크 이집트 대통령도 5일 바라크 총리와 아라파트 수반을 홍해 연안의 휴양지인 샤름알세이흐로 초청해 회담을 갖기로 했다고 미국 주재 이집트 대사관이 4일 밝혔다.

이번 사태를 놓고 2일부터 회의를 열고 있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는 3일 프랑스 러시아 말레이시아 등 회원국 대부분이 이스라엘측을 강력히 성토했다. 그러나 미국이 더 이상 상황을 악화시켜서는 안된다는 논리를 내세우며 중립적인 입장을 취함에 따라 이스라엘을 비난하는 내용의 결의문 채택에는 실패했다.

한편 아랍연맹은 유엔 인권고등판무관실에 이번 사태 논의를 위한 특별회의 개최를 요구하는 한편 국제적십자사와 세계보건기구 등에 대해서도 팔레스타인의 인권문제를 다뤄줄 것을 촉구했다.

<홍성철기자·외신 종합 연합>sungchu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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