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팔 충돌 ‘긴장의 中東’]이軍 비상경계-아랍聖戰촉구

입력 2000-10-01 18:44수정 2009-09-22 0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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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560명의 사상자를 낸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간의 유혈충돌은 동예루살렘 지위 문제에서 촉발됐다. 이번 분쟁은 중동평화협상에서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했던 동예루살렘 문제가 얼마나 풀기 어려운 것인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팔레스타인인들은 지난달 28일 이스라엘의 극우 정당인 리쿠드당의 아리엘 샤론 당수가 이슬람교 성지 가운데 하나인 동예루살렘의 알 아크사 사원을 방문하자 항의시위를 벌였던 것.

샤론 당수의 이날 방문은 동예루살렘의 주권을 팔레스타인에 양보해서는 안된다는 소신을 펴기 위한 일종의 시위였다. 알 아크사 사원은 기독교와 유대교, 이슬람교 등 3개 종교의 성지가 몰려있는 ‘템플 마운트’에 있다.

▽유혈 충돌〓200여명의 팔레스타인인들은 28일 샤론 당수의 방문에 대한 항의표시로 사원 맞은편에 있는 ‘통곡의 벽’에서 기도하고 있던 유대인들에게 돌을 던졌다. 이스라엘 경찰은 즉각 응사하며 진압에 나섰고 이 과정에서 수십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96년의 ‘제2의 인티파다(봉기)’ 역시 이스라엘 측이 동예루살렘의 성지인 통곡의 벽에서 알 아크사 사원 쪽으로 지하터널을 개통한 것에 대한 팔레스타인인들의 분노에서 비롯됐다.

폭력사태는 29일에도 이어져 팔레스타인인 7명이 이스라엘 경찰에 사살됐고 이날 요르단강 서안에서 이스라엘 군인 두 명이 팔레스타인 경찰의 총에 맞아 이중 한 명이 숨졌다. 이를 계기로 충돌은 30일 가자지구와 요르단강 서안의 이스라엘 정착촌으로 급속히 번졌다.

유혈 충돌은 30일 날이 저물면서 일단 수그러졌다. 하지만 성지를 둘러싼 양측의 분쟁이 언제 재연될지 몰라 이 곳에는 긴장감이 짙게 감돌고 있다.

▽책임 떠넘기기〓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은 30일 밤 충돌 확산을 막기 위해 심야 휴전협상을 벌였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양측이 이번 사태에 대한 책임을 서로에게 떠넘기며 비난전을 벌였기 때문.

슐로모 벤아미 이스라엘 외무장관은 “팔레스타인 지도부가 이번 사태를 배후 조종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수반은 “이스라엘 측이 군인들에게 팔레스타인 민간인과 참배객들의 머리를 정조준해 사격할 것을 지시했다”고 비난했다. 아라파트 수반은 이번 충돌의 진원지인 알 아크사 사원에서 발생한 이스라엘 측의 ‘살상행위’를 조사해달라고 유엔 안보리에 요청했다.

이스라엘군은 1일부터 비상경계태세에 들어갔으며 중동지역의 이슬람 과격단체들은 이스라엘에 대한 성전(聖戰)을 촉구하고 나섰다.

▽국제사회 대응〓아랍국가들은 일제히 이스라엘을 맹비난하고 나섰다. 이스라엘과 평화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이집트의 호스니 무바라크 대통령마저 30일 에후드 바라크 이스라엘 총리에게 전화를 걸어 이번 사태에 극도의 불쾌감을 표시했다. 이집트의 알렉산드리아에서는 이날 수천명의 학생이 팔레스타인 지지시위를 벌였다.

사우디 아라비아는 이스라엘군의 발포를 ‘야만적인 침략행위’라고 비난했으며 이란 정부도 이번 사태를 ‘새로운 범죄’라고 규정했다. 아랍의 언론들은 이번 사태를 ‘제3의 인티파다’라고 표현했다.

아랍연맹은 1일 이집트 카이로에서 이번 사태를 논의하기 위한 긴급회의를 개최한 데 이어 조만간 특별 정상회담을 소집할 계획이라고 에스마트 압델 메구이드 사무총장이 밝혔다.미국은 “동예루살렘의 장래 문제는 길거리가 아닌 협상테이블에서 해결돼야 한다”며 동예루살렘 지역의 질서 회복을 강하게 촉구했다.

<홍성철기자>sungchu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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