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EM/르네상스서울 호텔 룸코디 이은령씨 인터뷰]

  • 입력 2000년 9월 28일 19시 03분


“이번에 방문하실 정상들은 다 예술을 좋아하시는 분들이래요. 그래서 특별히 화랑이나 전시관 같은 분위기를 연출하려고 애썼습니다.”

르네상스서울 호텔의 이은령씨(32·객실부주임)는 핀란드 스웨덴 베트남 정상들이 묵을 이 곳 프레지덴셜 스위트룸의 인테리어와 내부장식을 담당하는 룸코디네이터다. 요즘 한국에 대한 각국 정상의 첫 느낌을 ‘예술을 아는 우아한 한국’으로 만드느라 여념이 없다.

우선 김명식 화백의 장미 백합 꽃그림을 스위트룸 앞의 복도에 걸었다. 온화하면서도 따뜻한 이미지를 내는 그림을 통해 내 집같은 안락함을 느끼라는 뜻.

정상이 방문 앞에 서기 직전엔 자동센서가 감지돼 브라운 계열의 옅은 침실조명이 켜지고 적정실내온도가 자연스레 맞춰진다. ‘텅빈 빈집’같은 느낌을 최소화하려는 의도다. 방에 들어서면 응접실 세면실과 심지어 변기 옆까지 유화 수채화류의 그림이 넘쳐난다. 그림밑에는 능수버들로 우아한 테두리를 한 뒤 장미와 유럽꽃인 안스륨 스프링게리 유카리 등으로 화려하게 장식한 꽃병도 벌써 놓아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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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실과 침대정리도 중요한 일. 유럽인들에 비해서 상대적 단신인 베트남의 탐반카이 총리내외를 위해서는 자동적으로 위아래 조절이 되는 샤워기를 부착했다. 30여장이나 되는 손수건 몸수건 발수건을 쓰기 편하도록 따로 걸어놓았으며 침대에는 몸만 쏙 들어가면 되도록 베개와 시트, 겉커버의 각도를 조정해 놓았다. 침대 옆 사이드 테이블엔 신랑각시모양의 목조인형을 기념품 삼아 준비했다. “핀란드 스웨덴은 역사책 구하기도 힘들더라고요. 어쨌든 문화사책은 한번씩 훑었죠.” 이씨는 요즘 집에서도 시벨리우스의 ‘핀란디아’를 들으며 잠을 청한다.

스튜어디스 출신인 그는 기내에서 유독 국빈들을 모실 기회가 많이 있었지만 ‘지상’에서는 처음이라고 했다.

<조인직기자>cij199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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