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EM]호텔, 각국 정상 모시기 '도상훈련' 진땀

입력 2000-09-28 19:02수정 2009-09-22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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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시라크 대통령은 만찬장에서 프랑스제 1993년산 ‘돈페리뇽’ 샴페인을 계속 원하실 가능성이 높습니다. 잔이 비면 슬그머니 다가서서 미소를 머금고 ‘데지레부 엉 오트르 베르 드 샴페인’하는 거죠. 자, 따라하세요∼.”27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그랜드 인터컨티넨탈호텔 세미나실. 10월 20일 개막되는 아시아 유럽정상회의(ASEM)를 앞두고 ‘대통령학’을 공부하는 종업원들의 막바지 트레이닝이 한창이다. 》

ASEM은 정부 수립이후 우리나라가 개최하는 최대 규모의 정상회담. 아시아 10개국, 유럽 15개국 등 25개국과 유럽연합(EU)집행위의 26개국 정상을 비롯, 3000여명의 대표단과 취재진이 참석해 세계화의 혜택과 부작용, 지식정보화, 교육문화 협력 등을 주요 관심사로 논의한다.

이들 정상이 묵는 호텔은 인터컨티넨탈(그랜드 코엑스)과 르네상스 하얏트 메리어트 리츠칼튼 신라 등 7곳. 정상들이 묵는 호텔은 88올림픽 이후 최대규모의 국빈이 모이는 까닭에 “세계적인 인지도를 높일 최대의 호기”라며 손님맞이 준비에 잔뜩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정상회담 본부호텔인 인터컨티넨탈은 서울에 오는 26개국 정상들 중 일본 독일 덴마크 등 12개국의 최고위인사들이 그랜드와 코엑스 두 군데로 나뉘어 19∼21일 2박3일간 머문다. 종업원 가운데 정예요원으로 뽑힌 70여명은 두 달 전부터 최고 VIP의 모든 것을 익히는데 여념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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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EM/르네상스서울 호텔 룸코디 이은령씨 인터뷰]

“원래 일본 총리이름도 가물가물한 수준이었거든요. 이젠 12개국 정상의 이름은 물론 좋아하는 음식, 꽃 이름에다 각 나라별 인사말도 5개 정도는 술술하게 됐어요.”

계속되는 워크숍에 파김치가 됐다는 윤승미(尹承美·22·식음료부)씨의 말. 하지만 어떤 대통령이 어떤 음식을 선호하는지 등은 ‘보안사항’이다.

◇지압식 욕탕은 기본…무선 인터넷도

각 호텔에 주어진 관건은 우선 각국 정상이 묵을 객실을 ‘평준화’하는 것. 필리핀 대통령이 묵는 메리어트를 제외하고는 한 호텔에 2명 이상의 정상이 묵을 예정이지만 각 호텔별로 최고급 객실은 400만∼500만원대의 ‘프레지덴셜 스위트룸’ 한 개씩 밖에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중급스위트룸 2, 3개를 붙여 구조와 인테리어 집기까지 완전히 똑같게 리노베이션 하는 곳이 대부분.

반면 리츠칼튼의 경우 이탈리아 벨기에 룩셈부르크 정상이 80만원대의 일반스위트룸을 원해 아예 고민이 없다. “2박 3일간의 짧은 비즈니스인데 굳이 고가의 스위트룸을 선택할 필요가 없다”는 게 비공식적으로 전달된 이들 국가의 입장. 덕분에 프레지덴셜 스위트룸은 아껴둘 수 있게 됐다.

핀란드 스웨덴 대통령이 머무는 르네상스는 각 대사관을 통해 대통령의 음악기호에 관한 정보를 입수, 핀란드 전통음악과 스웨덴 최신 유행곡 CD를 버튼만 누르면 나오도록 입력시켜놓았다. 전후좌우에서 물줄기가 솟는 지압식 욕탕, 59인치 평면TV 등은 기본사양.

메리어트는 필리핀 대통령이 국민의 90% 이상이 사용하는 영어를 일부러 피하고 필리핀어를 주로 쓴다는 말을 듣고 필리핀어를 능숙하게 구사하는 종업원을 전진배치하기로 했다. 디지털 시대에 걸맞게 호텔 객실에 초고속통신망을 깔아놓은 것도 눈에 띈다.

인터컨티넨탈호텔은 객실 연회장 레스토랑 등에 안테나를 설치, 호텔 내 어디서나 무선으로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도록 했고 르네상스는 아예 객실마다 전용PC를 두었다. ‘화면보호기’에 서울의 관광코스와 식당정보 등을 실어 홍보용으로도 이용할 방침.

경호문제는 각 호텔이 각별히 신경 쓰는 문제이기도 하다. 메리어트에서 준비중인 가로7.5m, 세로 5.5m 대형 플래카드는 정문 주위에 비스듬히 걸리는데 자연스레 전후좌우에서 시야가 가려져 출입하는 사람들의 신분이 확인되지 않는 ‘경호용’이다. 인터컨티넨탈은 극소수의 장기투숙객들을 제외하고는 행사 기간동안 일반인의 출입을 통제할 예정이다.

<조인직기자>cij199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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