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고 대선 국제사회 '편가르기'…美-서유럽 야당측 지지

  • 입력 2000년 9월 28일 18시 49분


유고 대선 결과를 놓고 지난해 발칸 전쟁 당시처럼 서방측과 정교(正敎)문화권 국가들이 편가르기 양상을 보이고 있다. 미국―서유럽 진영이 야당측을 지지하는 반면 러시아 그리스 등은 은근히 유고 정부 편을 들고 있는 것.

미국 등 서방은 24일 이번 선거가 대대적인 부정선거였다고 비난하며 슬로보단 밀로셰비치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승리를 주장할 경우 강력한 제재를 가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군과 크로아티아군은 26일부터 크로아티아 앞바다에서 ‘유고 압박용’으로 분석되는 대규모 상륙작전을 실시하고 있다. 여기에는 영국 해군도 참여하고 있다.

그러나 발칸 전쟁 당시 유고의 입장을 지지했던 러시아와 그리스는 이번에도 유고를 지지하고 있다.

러시아 외무부는 26일 “유고 대통령에 누가 당선되든 서방은 유고에 대한 제재를 풀어야 한다”고 주장한 데 이어 27일 “외부 간섭 없이 의사를 표현하려는 유고에 서방은 개입을 자제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그리스 외무부도 “유고 선거는 흠잡을 데 없이 진행됐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러시아 그리스가 유고를 편드는 것은 정교 문화라는 동일한 뿌리를 지니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한편 27일 야당의 베오그라드 집회에 20만명 이상이 참여해 반(反) 밀로셰비치 노선이 대세를 이뤘다고 외신이 전했다. 보이슬라브 코스투니차 세르비아 민주야당(DOS) 후보는 이날 “모든 국가기관과 국민은 업무를 철폐해 현정권을 봉쇄시키는 전략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야권의 대대적인 공세를 받고 있는 밀로셰비치 대통령이 과연 무력 사용이라는 ‘최후의 카드’를 끄집어낼지 여부에 국제사회의 촉각이 곤두서고 있다. 네보이사 파브코비치 유고 군 총사령관은 27일 “군은 정치에 휩쓸리지 않을 것이며 시민들에 적대적인 개입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일단 다짐했다. 그러나 전범으로 기소될 위기에 몰린 밀로셰비치 대통령은 최악의 경우 7만명으로 추산되는 경찰력을 동원, 정국을 장악하려 할 가능성이 높다. 경찰력을 지휘하는 유고 내무장관은 지난해 코소보 인종학살에 간여한 혐의로 전범으로 기소돼 있어 현정권과는 같은 배를 탄 셈이다.밀로셰비치 대통령의 선택에 따라 발칸 반도에는 피비린내 나는 유혈 충돌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래저래 발칸 반도에는 다시 전운(戰雲)이 감돌고 있다.

<권기태기자>kk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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