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관계자 "고유가 지속땐 개도국 큰 타격"

  • 입력 2000년 9월 15일 15시 25분


배럴당 30달러 이상의 고유가가 장기간 지속되면, 소비자 수요의 감퇴가 초래돼 전세계의 경제성장률이 0.3~0.5% 포인트 낮아질 것이라고 국제통화기금(IMF)이 14일 경고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IMF 관계자는 최근의 유가 폭등이 내년의 세계 경제에 실체적인 위험이 되고 있다고 지적하고, 국제유가가 현재의 수준을 유지할 경우 특히 개발도상국들의 경제성장 촉진 노력은 또 한차례의 무거운 부담을 안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관계자는 또 "배럴당 30달러 이상의 고유가가 내달이나 내년까지 이어지면 석유수입국에서는 당연히 소비와 수요가 고갈될 것"이라면서 "IMF의 추산으로는 고유가 지속이 세계 경제성장에 미칠 영향은 0.3% 포인트에서 0.5% 포인트 사이"라고 말했다.

관계자는 그러나 부정적인 사태 발전에도 불구하고 미국과 유럽 경제가 강력한 성장을 지속하고 있기 때문에 높은 에너지 가격이 미칠 영향을 '과장'해서는 안된다고 지적하고, "이러한 맥락에서, 우리는 고유가가 비산유 개발도상국에 미칠 영향을 특히 우려한다"고 덧붙였다.

메릴 린치사의 국제경제 전문가인 매튜 히긴스는 석유가가 배럴당 20달러에서 40달러로 오를 경우 미국 경제의 성장률은 유로 지역 국가들보다 약간 높은 0.8%가 떨어지고 석유를 거의 모두 수입에 의존하는 일본도 같은 정도의 국내총생산(GDP)하락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에 비해 석유 의존도가 높은 아시아의 신흥 경제권 가운데 한국과 필리핀은 3~3.5%, 태국과 싱가포르는 4%나 GDP가 감소할 것으로 보이는 등 아시아 개발도상국들이 고유가로 인한 타격을 가장 많이 받을 것이라고 히긴스는 내다봤다.

실제로 일본 경제기획청은 이날 기자회견을 갖고 현재의 고유가에도 일본의 석유 의존도가 지난 79년의 제2차 석유파동 때에 비해 크게 낮아져 전체 물가에 대한 석유가의 영향이 그전의 극히 일부분에 불과하기 때문에 일본에서 인플레가 일어날 가능성은 아주 작다고 밝혔다.

한편 경제 전문 블룸버그통신은 이날 싱가포르발 기사에서,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 국가들은 현재 유럽을 휩쓸고 있는 고유가 항의시위와 같은 사태를 피하려면 여러 부문의 보조금 등으로 모두 270억달러를 써야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워싱턴·뉴욕·도쿄=AP·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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