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캣츠' 대단원의 막 내렸다…수입감소로 폐막

  • 입력 2000년 9월 13일 18시 27분


‘캣츠(Cats)’ 없는 뉴욕의 브로드웨이를 상상할 수 있을까.

세계 최장기 공연 기록을 세운 뮤지컬 ‘캣츠’가 10일 공연을 끝으로 말 그대로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1982년 10월 뉴욕 윈터 가든 극장에서 초연된 ‘캣츠’는 18년간 7484회나 무대에 올려졌다. 그동안 1000만명 이상이 관람했고 입장료 수입만 4억달러가 넘었다.

뉴욕을 방문하는 한국인들에게도 ‘캣츠’와 ‘오페라의 유령’ ‘레미제라블’ ‘미스 사이공’ 등 4대 뮤지컬 관람은 오래 전부터 ‘필수 관광코스’가 될 정도로 잘 알려졌다.

‘캣츠’는 뉴욕뿐만 아니라 런던 등 전 세계 여러 도시에서 다양한 버전으로 소개돼 20억 달러 이상을 벌어들였다. 뮤지컬의 거장 앤드루 로이드 웨버가 작곡한 주제곡 ‘메모리’는 감미롭고 애잔한 선율로 전 세계인의 애창곡이 됐다.

‘캣츠’ 제작진은 올해 초 계속되는 수입 감소를 이유로 6월 공연을 끝내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이 발표가 브로드웨이에서 ‘캣츠’를 관람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는 뮤지컬팬들의 조바심을 부추기면서 다시 관객이 쇄도, 공연이 10주나 연장됐다.

‘캣츠’의 퇴장과 함께 브로드웨이 4대 뮤지컬의 하나인 ‘미스 사이공’도 올해 12월31일 막을 내릴 것으로 전해지면서 뮤지컬 팬들의 아쉬움을 더하게 하고 있다. 오페라 ‘나비부인’의 뮤지컬판인 ‘미스 사이공’은 89년 런던 초연 이후 91년부터 브로드웨이 무대에 올려져 10년 동안 미국에서만 600만명 이상이 관람, 13억달러의 입장 수입을 올린 대작.

벌써 뉴요커들 사이에서는 “‘캣츠’와 ‘미스 사이공’ 없는 브로드웨이 44번가는 너무 허전하다”는 탄식이 나올 정도라고 한다.

뉴욕에서 발행되는 뉴욕 포스트지는 10일 ‘캣츠가 브로드웨이를 구했다’는 제목의 기사로 캣츠의 마지막 공연에 바치는 헌사(獻詞)를 게재했다. 포스트는 “‘캣츠’가 없었다면 80년대초 쇠락의 길을 걷던 브로드웨이가 오늘날의 빛나는 브로드웨이로 살아날 수 있었을까”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박제균기자>ph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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