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가 항의시위 유럽전역 확산

  • 입력 2000년 9월 8일 17시 59분


프랑스에서 타오르기 시작한 고(高)유가 항의 시위의 불길이 유럽 전역으로 확산되고 있다.

7일 오후 영국 잉글랜드 서북쪽 엘즈미어에서는 트럭 운전사와 농민 등이 정유공장 봉쇄를 시도했다. 이들은 프랑스에서 5일째 계속되는 유가 항의 시위를 모방해 트럭 트랙터 탱크로리 등으로 정유공장과 엘즈미어항을 연결하는 도로를 봉쇄했다. 시위를 주도한 '행동하는 농민'의 데이비드 핸들리 회장은 "프랑스의 시위를 따라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유럽에서 비교적 유가가 싼 스페인에서도 농어민과 트럭운전사 등 50여만명의 회원을 가진 전국석유소비자연합이 특정 정유회사를 상대로 불매운동을 시작했다.

시위의 진원인 프랑스의 시위는 더욱 격렬해 졌다. 트럭 운전사들과 농부들에 이어 택시 운전사들도 가세했다. 이들의 도로 점거로 7일 주요 고속도로와 대도시 교통이 마비됐다. 트랙터를 동원한 농부들의 철도 점거로 파리-스트라스부르, 보르도-툴루즈 간 열차운행이 중단되기도 했다.

시위대가 봉쇄한 정유공장과 석유 저장소는 벌써 100군데를 넘어섰다. 파리 시내 162개 주유소 중 70개가 연료부족 사태를 겪고 있고 전국 주유소의 4분의 3이 석유가 부족한 상황이다.

상당수의 주유소에서 경찰 입회아래 석유 배급제를 실시하거나 응급차량에 한해 석유를 판매하고 있다. 프랑스와 독일 국경지대에서는 국내에서 석유를 구하지 못해 국경을 넘은 프랑스인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유럽에서 유가는 미국에 비해 4배 가까이 비싸다. 이는 높은 관세 및 석유소비세 때문. 총 유가중 세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영국이 76%이며 세금이 적은 편인 포르투갈도 47%에 이른다. 유럽단일 통화인 유로의 가치는 지난 주만 4%포인트 이상 하락해 부담을 가중시켰다.

〈박제균기자·파리=김세원특파원〉 clair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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