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5차례 TV토론 제의…고어 우세 예상

  • 입력 2000년 9월 4일 19시 18분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에 나설 공화당의 조지 W 부시 텍사스 후보와 민주당의 앨 고어 후보가 TV 토론회 방식을 놓고 팽팽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고어 후보는 최근 지지율에서 부시 후보를 앞지른 데 이어 일부 언론의 선거인단 확보예상에서도 우위를 보였다.

그동안 TV토론에 소극적이었던 부시 후보는 3일 기자회견을 갖고 민주당에 대통령 후보간 토론 3번과 부통령 후보간 토론 2번 등 모두 5차례의 TV 토론을 제안했다.

부시 후보는 대통령 후보의 경우 12일 워싱턴 DC에서 NBC방송의 토크쇼인 ‘언론과의 만남’ 출연을 시작으로 다음달 3일 로스앤젤레스에서 CNN방송의 ‘래리 킹 라이브’ 토크쇼를 통해 2차 토론을, 다음달 17일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의 워싱턴대에서 3차 토론을 각각 가질 것을 제안했다.

부시 후보는 “고어 후보는 언제 어디서든 토론에 응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에 나의 제안을 이미 수락한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그가 토론회에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공세를 폈다.

이에 고어 후보는 “TV토론 세번 가운데 두번의 토론시간을 60분으로 줄여 유권자의 시청기회를 제한하려는 부시 후보의 제안은 실망스럽다”며 “부시 후보는 1988년 이후 실시되어 온 대통령후보토론위원회의 TV토론에 나와야 한다”고 거듭 주장했다.

앞서 대통령후보토론위원회는 다음달 3일 보스턴의 매사추세츠대 존 F 케네디 도서관에서 1차 토론을, 11일 노스캐롤라이나주 윈스턴 세일럼의 웨이크 포리스트대에서 2차 토론을, 17일 세인트루이스의 워싱턴대에서 3차 토론을 가질 것을 양당에 제시했다.

토론에 능한 고어 후보는 이를 수락했으나 부시 후보측은 1차례의 토론회에만 응하겠다는 입장. 미 언론이 두 사람의 토론을 ‘바브라 스트라이샌드와 밤무대 가수’의 경연에 비유할 정도로 TV토론에선 고어의 우세가 예상된다.

뉴욕타임스지가 3일 사설을 통해 시간을 끌며 머뭇거려온 부시 후보에게 3차례 토론에 응할 것을 촉구하는 등 여론의 질타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이에 부시 후보측은 노동절(4일) 직후 여론조사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자신에게 유리한 TV토론 방식을 급히 내놓은 것으로 보인다.로스앤젤레스타임스지는 이날 대선의 전체 선거인단 538명 중 고어 후보가 캘리포니아(54) 뉴욕(33) 등 17개주에서 216명을, 부시 후보가 텍사스(32) 버지니아(13) 등 23개주에서 188명을 확보할 것으로 분석했다. 대선 당선을 위해선 대의원 270명의 지지를 확보해야 한다.

<워싱턴〓한기흥특파원>eligi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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