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심장' 英서 첫 성공…60대 시한부 환자에 새삶

  • 입력 2000년 8월 27일 19시 03분


심장병을 앓던 영국 버밍엄의 한 60대 은퇴 보건사가 세계 최초로 엄지손가락 만한 크기의 소형 전기심장펌프 이식을 통해 목숨을 구했다고 선데이 타임스가 27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전기심장 이식수술은 두달여전인 6월20일 래드클리프병원의 옥스퍼드 심장센터에서 실시됐으나 실패할 경우 쏟아질 비난 여론을 의식해 극비리에 진행해 왔다고 전했다.

심장 이상으로 걷지도 못하는 상태에서 불과 몇 주일밖에 살지 못할 상태였던 이 환자는 현재 정상적인 생활을 하고 있다고 신문은 말했다.

그는 자신이 사는 동네의 쇼핑몰에 가기도 하며 귀 뒤쪽에서 두개골을 통해 이식된 배터리 장치가 튀어나온 것에 대해 다른 쇼핑객들이 물어오면 대답해주기도 한다는 것.

이 수술은 심장 수술분야의 권위자인 웨스터비가 이끈 옥스퍼드 수술팀이 집도했으며 다음달 발행될 의료저널지인 란셋에 상세한 수술과정이 공표될 예정이다.

심장외과의 웨스터비는 “자비크 2000이라고 불리는 이 소형장비가 지난 주 또 다른 환자에게 이식됐다”면서 “앞으로는 이 전기심장이 심장박동조절기와 같이 널리 사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수술이 성공함에 따라 유사한 심장 이상 증세로 고통받고 있는 수 천명의 환자들의 수명을 몇 년간 연장시킬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됐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영국에서 심장병 환자는 매년 30만명 정도가 발생하고 있으며 최소한 10만명은 심장 이식수술로 목숨을 건질 수 있으나 심장 공급부족으로 270명 정도만 심장을 이식받을 수 있다는 것.

원동기의 원리로 작동되는 엄지손가락 크기의 자비크 2000은 심장과 신체 각 부위에 산소가 충분한 혈액을 공급해 준다.

이 장치는 신체의 각 부위에 뻗어 있는 미세한 전선이 두개골에서 고정돼 심장의 박동을 가능하게 하며 에너지를 공급하는 배터리는 외부에 있다.

이 장치를 고안해 낸 연구팀 관계자는 앞으로 배터리를 몸 속에 이식해 피부를 통해 재충전할 수 있는 신제품을 개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팀은 이 장치가 계속 작동돼 혈액이 응고되는 것을 막을 수 있도록 만드는 것에 심혈을 기울여 개가를 올렸다.

선데이 타임스는 “심장병으로 고통받는 사람은 중장년뿐만 아니다. 청년이나 심지어 어린아이도 유전에 의해 심장 이상 증세를 보이는 경우가 있다”면서 “이 장치의 개발은 심장병 환자들에게 조그마한 복음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최영훈기자>tao4@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