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뉴욕發 아침뉴스' 미국의 하루 연다

  • 입력 2000년 8월 22일 18시 44분


'만일 누가 뉴스가 어디서 시작되느냐고 묻거든 눈을 들어 맨해튼을 바라보라.’

이 말은 최소한 미국에서는 틀린 말이 아니다. 매일 아침 7∼9시 2시간 동안 미 대륙을 누비는 3대 지상파TV의 아침뉴스가 시작되는 곳이 바로 뉴욕 맨해튼이기 때문이다.

5년째 부동의 시청률 1위를 자랑하는 NBC의 ‘투데이’는 록펠러센터 플라자 1층에서, ABC의 ‘굿모닝 아메리카’는 타임스 스퀘어 앞에서, 그리고 CBS의 ‘얼리 쇼’는 트럼프 인터내셔널 플라자 1층에서 진행된다.

이들 아침 뉴스쇼는 하나같이 맨해튼의 아침 풍경을 배경으로 전 미국인을 향해 ‘굿모닝’을 외친다. 패트리샤 리드 스코트 뉴욕시 방송 커미셔너는 이를 “뉴욕은 ‘굿모닝 시티’”라는 말로 재치있게 표현했다.

맨해튼이 뉴스의 본고장이 된 이유는 첫째 시차(時差) 때문이다. 동부와 하와이의 시차가 5시간이나 되는 미국의 방송사로서는 해가 일찍 뜨는 곳에서 뉴스를 제작해 방송하는 것이 편리할 수 밖에 없다. 그런 의미에서 뉴욕은 미국의 아침을 여는 곳이다.

물론 뉴욕이 경제와 문화의 중심지라는 점도 중요한 이유다. 하지만 맨해튼 자체가 지닌 뉴스로서의 상품가치, 미국에서 가장 활력이 넘치는 장소라는 장점도 빼놓을 수 없다. 이에 주목한 NBC가 1994년 ‘투데이’의 스튜디오를 맨해튼의 한복판에 차리면서 ‘굿모닝 뉴욕’ 시대는 시작됐다.

바쁘게 오가는 뉴요커들로부터 아침뉴스의 활력을 수혈받는 ‘투데이’의 시도는 대성공을 거뒀다. ABC는 ‘굿모닝 아메리카’의 간판스타 다이앤 소어의 남자파트너를 계속 바꿔치우고 CBS는 아예 뉴스쇼의 이름을 ‘디스모닝’에서 ‘얼리 쇼’로까지 바꿔가며 분투를 벌였지만 역부족이었다.

게다가 케이블TV의 등장과 함께 지상파방송 중 유일하게 시청률이 증가하는 시간대가 아침뉴스쇼 시간대라는 점에 힘입어 ‘투데이’가 지난 한해 거둔 순수익이 1억달러로 치솟자 ABC와 CBS도 체면불구하고 맨해튼 한복판으로 스튜디오를 옮겼다.

지난해 9월부터 ABC사옥 1,2층을 연결하는 새 스튜디오를 설치한 ‘굿모닝 아메리카’는 타임스 스퀘어의 인파들을 뉴스화면 속으로 끌어들였다. 1층의 널직한 인터뷰용 공간에서는 일기예보자와 직접 대화를 나눌 수도 있고 스튜디오 외곽에 설치된 2대의 대형스크린을 통해 거리중계를 볼 수도 있다.

3000만 달러의 거액을 들여 완공해 지난해 11월 선보인 CBS ‘얼리 쇼’의 스튜디오는 아예 ‘투데이’의 복사판이다. 대형 유리창을 통해 번화한 5번가를 그대로 비추면서 야외에 설치된 카메라들을 통해 센트럴파크와 뉴저지주까지 맨해튼에서 바라볼 수 있는 전경들을 골고루 훑는다.

욕의 경쟁자가 있다면 세계 최대의 뉴스전문채널 CNN의 본사가 있는 조지아주 애틀랜타일 것이다. 하지만 뉴욕은 마이크로소프트와 NBC의 합작뉴스채널인 MSNBC와 루퍼트 머독의 뉴스코퍼레이션이 설립한 폭스뉴스를 내세워 CNN의 아성마저 허물어 뜨리기 위해 추격 중이다.

80년 출범한 CNN의 미국내 가시청가구는 현재 7800만가구. 96년 출범한 MSNBC는 5400만가구로 5년만에 CNN의 70%수준을 넘어섰고 MSNBC보다 4개월 늦게 출범한 폭스뉴스도 5000만가구를 넘어섰다.

뉴저지주에 있는 MSNBC의 사옥은 밖에서 보기엔 허름한 2층 창고 건물. 하지만 들어가 보면 미술관과 우주관제탑을 섞어놓은 듯한 환상적인 스튜디오가 나타난다. 4500만달러를 들여 지은 이 스튜디오는 천장에 겹겹이 순환라인을 따라 수십대의 회전카메라가 설치돼 어떤 장소에서든 곧바로 뉴스진행이 가능하도록 돼 있다. 붉은 벽돌을 2층까지 쌓아올린 한쪽 벽에는 대형 모니터로 전환되는 세계지도가 펼쳐져 있고 반대편에는 파스텔톤의 대형 원형시계가 마주보고 있다. 스튜디오 가운데에 걸린 반타원형 스크린에서는 붉은 대형 자막이 끊임없이 스쳐간다.

MSNBC의 홍보책임자 마크 오커너는 “우리의 강점은 탁월한 그래픽 감각”이라며 “이 때문에 인터넷뉴스웹사이트에서는 이미 CNN을 앞질렀다”고 말했다.

반면 폭스뉴스의 스튜디오는 맨해튼에 있는 타임워너 빌딩의 지하 1,2층을 빌려 쓰고있는 탓인지 MSNBC만큼 인상적이지는 못했지만 숨은 저력은 만만치 않아 보였다.

CNN의 테드 터너와는 앙숙인 루퍼트 머독 소유의 폭스뉴스는 4대 네트워크 중 NBC를 제외한 ABC CBS 폭스 세 방송사가 지난해 12월에 뉴스공조체제를 구축한 NNS(Network News Service)의 지원을 받고 있다. NNS는 이들 3대 방송사는 물론 이들 방송사와 협력관계에 있는 수백개의 지역채널들로부터 뉴스화면과 인력을 공유한다. 이 때문에 폭스뉴스는 자체직원 600여명으로 4000여명의 CNN에 맞서 올해 시청률을 20%나 올려놓고 있다.

폭스뉴스 국제담당에디터인 브라이언 노블록은 “NNS의 공조체제로 하루 생방송이 16시간으로 뉴스채널 중 최장이 됐다”며 “당초 예상보다 1년 빨리 손익분기점에 도달했다”고 자신감을 밝혔다.

<뉴욕〓권재현기자> confetti@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