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해 휴양도시 소치, 러 '정치1번지'로 변신

  • 입력 2000년 8월 8일 18시 47분


흑해연안의 휴양도시 소치가 올 여름 러시아의 ‘임시 수도’로 변했다.

미하일 카시야노프 총리를 비롯해 알렉산드르 볼로쉰 대통령행정실장, 세르게이 이바노프 안보회의 서기, 니콜라이 파트루셰프 연방보안부(FSB) 부장 등 많은 고위관료가 약속이나 한 듯 이곳에서 여름 휴가를 보내고 있기 때문이다.

부인 류드밀라 여사와 두 딸을 먼저 소치에 보낸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도 곧 합류해 대통령으로서의 첫 여름휴가를 보낼 예정이다. 푸틴 대통령은 총리와 대통령이 동시에 수도 모스크바를 비우지 않는 관례에 따라 카시야노프 총리가 모스크바로 돌아온 후 11일 소치로 떠나 18일까지 머물 것으로 알려졌다. 푸틴은 대통령대행이던 연초에도 소치에서 스키를 타며 겨울휴가를 보냈다.

해변 뒤로 카프카스산맥이 병풍처럼 펼쳐진 소치는 온천과 생수(生水)로도 유명해 휴양지로서 갖출 것은 다 갖추었다는 말을 듣는 곳이다. 소치는 과거 소련 최고지도자의 휴양지였던 얄타가 소련 해체 후 우크라이나로 넘어간 뒤 새로운 휴양지로 떠올랐다. 보리스 옐친 전 대통령도 해마다 이곳에서 여름을 보냈다.

소치에는 대통령전용 별장인 ‘보차로프 루체이’ 등 고관 전용 휴양시설이 즐비하다. 그러나 올 여름 거물이 대거 몰려들면서 하원의원이나 주지사급은 자리를 구하지 못하는 일도 일어났다. 시 당국은 유명세를 타면서 외국인 등 일반 관광객도 덩달아 늘어났다고 기뻐하면서도 주요인사경호 때문에 긴장을 늦추지 못하고 있다고 일간 ‘브레먀 MN’이 전했다.

<모스크바〓김기현특파원>kimki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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