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UPN, WB 추월 비결은 '프로레슬링'

  • 입력 2000년 8월 6일 18시 46분



▲ UPN의 시청률 급상승의 '일등공신'인 레슬링프로그램인 'WWF 스맥다운'

미국의 제5대 네트워크의 자리를 놓고 ‘영원한 라이벌’인 워너브라더스(WB)와 유나이티드 파라마운트 네트워크(UPN)의 경쟁이 뜨겁다.

시청률조사기관인 닐슨에 따르면 WB에 뒤처졌던 UPN은 최근 14주 연속 거의 모든 연령대에서 WB를 누르거나 동등한 시청률을 보이며 숨가쁜 추격전을 펼치고 있다.

WB와 UPN은 1995년 1월에 나란히 등장한데다 개국 당시 두 네트워크의 모기업이었던 워너브라더스와 파라마운트가 기존 TV프로그램의 상당 부분을 공급해 온 대표적인 제작업체라는 점 등 유사성이 많아 과연 둘 중 누가 ABC CBS NBC 폭스에 이어 다섯번째 네트워크 자리를 차지하게 될 것인지가 미디어업계의 관심거리였다.

UPN은 개국 초기 WB를 따돌리고 시청률 경쟁에서 앞서나갔으나 97년 WB에 추월당한 후 계속 고전을 면치 못해왔다.

젊은 여성과 청소년을 주 타겟으로 한 WB가 ‘펠리시티’ ‘다슨스 크릭’ 등의 드라마로 승승장구했던 반면 젊은 남성과 청소년을 겨냥한 UPN은 ‘디레스타’ ‘가이스 라이크 어스’ 등 블루 컬러를 대상으로 한 코미디가 외면당하면서 98년에는 WB의 절반도 안되는 시청률에 그치는 수모를 겪었다.

그러나 최근 UPN은 주 타겟층인 18∼34세에서 시청률이 70%나 급상승한 반면 WB는 하향세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젊은 남성 시청자층에서 약진이 두드러져 18∼34세 남성의 경우 111%, 12∼34세의 남성은 무려 130%의 엄청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이같은 엄청난 ‘괴력’의 비결은? 다름아닌 레슬링. UPN이 최근 ‘WWF 스맥다운’이라는 이름으로 세계레슬링연맹의 경기를 방영하기 시작하면서 레슬링에 열광하는 10대들과 젊은 남성 시청자들을 TV 앞으로 끌어모으고 있는 것.

딘 발렌틴 UPN사장은 “WB와의 경쟁은 이미 옛날 이야기”라며 “싸움은 이미 끝났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발렌틴사장은 또 “모기업인 비아콤 소유의 CBS, MTV등과의 시너지효과를 고려할 때 UPN의 전망은 밝다”고 낙관했다.

파라마운트사가 크리스크래프트와 손잡고 만든 UPN은 현재 100% 비아콤의 소유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소유주가 바뀜에 따라 경영진 교체 등에 따른 내부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최근 시청률이 뚜렷한 하향곡선을 긋고 있는 WB의 경우 인기 프로그램의 대부분이 청소년을 겨냥한 드라마였으나 매년 청소년들의 TV 시청시간이 줄어들고 있다는 점이 가장 큰 고민거리다.

재정면에서 볼 때는 WB나 UPN 모두 갈 길이 멀다. 최근 WB의 제이미 켈너회장은 당초 올해에는 손익분기점을 맞출 예정이었으나 시청률 하락 등의 부진으로 어쩔 수 없이 목표를 내년으로 연기하겠다고 발표했다.

UPN은 더 심각하다. 좀처럼 적자에서 벗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데다 ‘저급한’ 방송 이미지 역시 개선될 전망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강수진기자>sj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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