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非核이냐…核무장이냐" 日언론 상반된 시각 보도

  • 입력 2000년 8월 2일 18시 34분


6일은 일본의 히로시마(廣島)가, 9일은 나가사키(長崎)가 55년전 핵폭탄 공격을 받은 날이다.

해마다 8월이 되면 일본 매스컴들은 두 곳의 움직임을 상세히 보도한다. 그런 움직임의 저변에는 지구상에서 유일하게 핵공격을 받은 나라라는 피해 의식과 동시에 핵 없는 세상에 대한 희망이 깔려 있다.

그러나 일본 사회에는 핵무장에 대한 열망이 분명히 존재한다. 핵보유는 ‘강한 일본’을 주창하는 보수파들의 ‘마지막 숙제’이기도 하다. 일본의 8월은 핵문제에 대한 상반된 생각이 교차하는 달이다.

▽핵을 없애자〓모리 요시로(森喜朗)총리는 1일 참의원 본회의 답변을 통해 9월에 열릴 유엔 밀레니엄 정상회의에서 새로운 핵군축 결의안을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핵폐기를 목표로 하는 일본의 의지를 국내외에 과시하겠다는 생각이다.

히로시마시는 지난달 오키나와(沖繩)에서 열린 선진8개국(G8) 정상회의 기간 중 피폭사진전을 개최했다. 나가사키시는 올 11월 국내외의 비정부기구(NGO)를 초청해 ‘핵무기 폐기―지구시민집회 나가사키’라는 대규모 집회를 연다.일본 공영방송 NHK는 히로시마 나가사키 두 방송국의 합작으로 ‘피폭자의 오늘’을 조망하는 다큐멘터리를 제작하고 있다.

▽핵을 가졌으면〓일본 정부는 패전 후 ‘핵을 만들지도, 보유하지도, 들여오지도 않는다’는 비핵 3원칙을 천명했다. 그러나 오키나와 반환(72년)을 앞둔 69년 미―일 정상이 만나 “긴급 사태가 발생하면 미국은 다시 오키나와에 핵무기를 반입할 수 있다”는 밀약을 맺은 사실이 밝혀졌다.

지난해 10월 당시 니시무라 신고(西村愼吾)방위청차관은 ‘핵무장 논의가 필요하다’는 발언을 했다가 하루만에 전격 경질됐다. 그러나 니시무라 차관의 발언은 일본 보수파의 속내를 그대로 드러낸 것이었다.‘새로운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은 최근 문부성에 검정을 요청한 중학교 공민교과서에서 ‘핵무기 폐기는 절대적인 정의인가’라며 의문을 제기했다. 일본이 핵에 대해 미련을 갖고 있는 것은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핵무기를 만들 수 있는 모든 조건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도쿄〓심규선특파원>ksshim@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