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차기 대통령에 카차브…총리 불신임안은 부결

  • 입력 2000년 8월 1일 09시 22분


이스라엘 크네세트(의회)는 31일 집권 노동당의 대통령 후보를 낙선시킴으로써 에후드 바라크 총리에 정치적 치욕을 안겼으나 총리 불신임안을 부결함으로써 중동 평화의 마지막 불씨는 남겨 두었다.

크네세트는 이날 2번이나 투표를 치른 끝에 여당 후보이자 노벨 평화상 수상자로 명망이 높은 시몬 페레스(76) 전 총리를 떨어뜨리고 야당인 우익 리쿠드당의 모셰 카차브(55) 의원을 제8대 대통령으로 선출하는 이변을 연출했다.

120명의 의원들이 참여한 1차 투표에서 양측이 모두 과반수 확보에 실패함에 따라 치뤄진 2차 투표에서 카차브 후보는 페레스 후보를 63표대 57표로 물리쳐 대통령에 선출됐다.

이스라엘 정계에서 무명에 가까운 카차브가 뇌물 스캔들로 중도 하차한 에제르바이츠만의 후임 대통령에 선출됨에 따라 바라크 총리가 이끄는 연립정부의 영향력은 빠른 속도로 쇠퇴할 것으로 보인다.

크네세트는 그러나 캠프 데이비드 중동 평화회담에서 너무 많은 양보를 하려 했다는 이유로 우익 야당들이 제출한 바라크 총리 불신임안은 부결했다.

12명의 의원이 아예 참가하지 않은 상태에서 표결이 진행된 불신임안은 1차 투표에서 기권 8표에 찬성과 반대가 50대 50으로 엇갈렸으나 2차 투표에서 찬성 53표,반대 48표로 과반수인 61표 확보에 실패하면서 자동 부결됐다.

바라크 총리는 이에 따라 일단 위기를 넘기고 크네세트가 다시 개원하는 오는 10월까지는 더 이상 불신임 위협을 받지 않게 됐지만 2일부터 시작되는 크네세트 해산안 토의를 유리하게 이끌어 조기 총선 실시를 저지해야하는 또 한차례의 부담을안고 있다.

한편 카차브 대통령 당선자는 "의원들은 진정으로 이스라엘인들간의 반목을 치유하고 국민적 화해를 추구하기를 희망하고 있으며 그같은 열망이 표결로 나타난 것"이라고 자신의 당선 이유를 설명했다.

카차브는 중동계 유대인(세파르디) 출신으로 유럽 출신의 상류층 유대인들과 세파르디, 아랍인 등으로 구성된 이스라엘의 국민 화합을 달성하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말해 왔다.

카차브는 오슬로 평화협상을 입안, 노벨상을 받았던 페레스 전 총리와는 달리달리 내정 문제에 더 큰 비중을 둘 것으로 보여 중동평화협상의 장래는 더욱 불투명해질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예루살렘 AP·AFP 연합뉴스]lcs@yonhap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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