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 통화불안이 국내증시에 미칠 영향

  • 입력 2000년 7월 13일 19시 18분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국가의 화폐가치가 최근 급격히 하락하면서 주가도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97년 외환위기를 기억하는 투자자들은 아시아권의 통화불안이 국내에 전염돼 주가하락의 단초를 제공하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

이에 대한 국내 전문가들의 시각은 ‘97년과 지금의 상황은 다르다. 염려할 필요가 없다’는 낙관론과 ‘아시아권의 일원인 이상 결코 동남아 통화불안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는 신중론으로 엇갈리고 있다.

▽환율동향은 외국인투자의 잣대〓국제투자자금은 투자대상국의 환율 움직임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해당 국가의 화폐가 평가절하(환율상승)될 경우 환차손을 입기 때문이다. 이는 외국인 투자자금의 이탈과 주가하락의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실제로 올들어 10일 현재 인도네시아 루피아화가 30%, 태국 바트화가 7% 이상 떨어지는 폭락세를 보였다. 이 여파로 주가도 연초에 비해 각각 25%, 35%씩 곤두박질쳤다.

그런 반면에 멕시코와 브라질은 각각 통화가치가 올초 수준을 유지하는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면서 주가지수 역시 5월말 이후 상승세를 타고 있다.

▽반사적인 이득을 보고 있다〓마이애셋 최남철상무는 “인도네시아와 태국이 정치적인 불안으로 외국인의 신뢰를 잃고 있는 반면 한국은 정치적인 안정과 지속적인 구조조정에 힘입어 외국인의 호감을 사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한국에 대한 외국인투자가 급증하고 있는 것은 인도네시아 등에서 빠져나온 자금이 일부 합류했기 때문이라는 것.

삼성증권 유욱재 연구원은 “미국의 연착륙과 잇따른 금리인상으로 아시아 통화가치가 하락압력을 받고 있는 가운데 국내 원화가치는 지속적인 외국인 자금유입에 힘입어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며 통화불안의 전염 가능성을 일축했다.

▽안심하기는 일러〓신중론을 제기하는 전문가들은 ‘당장은 한국이 아시아지역펀드의 포트폴리오 재조정으로 반사이익을 보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동남아 통화불안이 장기화될 경우 결코 안전지대일 수 없다’고 주장한다.

SK증권 박용선 투자정보팀장은 “이머징 마켓의 불안이 가속화할 경우 외국인들은 전체 아시아지역 펀드의 투자비중을 축소할 것”이라며 동남아 통화동향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KTB자산운용 장인환사장은 “실제로 인도네시아 필리핀의 통화불안이 싱가포르 등 주변국 통화가치를 떨어뜨리는 등 전염의 기미가 보이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강운기자>kwoon90@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