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자민 소장파 45명, 파벌반대 모임결성

  • 입력 2000년 7월 13일 18시 54분


일본의 집권 자민당 소속 의원 가운데 소장파가 ‘반기’를 들었다. 뿌리깊은 파벌정치와 능력을 무시한 연공서열식 인재 등용을 타파한다는 목표를 내걸었다. 자민당내에서는 매우 이례적인 움직임이다. 소장파 의원은 6일 ‘자민당의 내일을 창조하는 모임’을 만들었다. 45명이 가입했다. 대표적인 인물은 이시하라 노부테루(石原伸晃·43·4선) 고노 다로(河野太郞·37·재선), 다나카 마키코(田中眞紀子·57·3선)의원. 각각 이시하라 신타로(石原愼太郞)도쿄(東京)지사, 고노 요헤이(河野洋平)외상, 다나카 가쿠에이(田中角榮)전총리의 자제들이다.

이들이 당 집행부에 불만을 드러낸 계기는 6.25총선 결과. 이시하라의원은 “현 집행부는 선거결과에 대해 반성하고 이를 겸허하게 받아들이려는 자세조차 보이지 않기 때문에 우리가 나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고노의원 등은 4일 열린 중의원 총리지명선거에서 백지투표를 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모리 요시로(森喜朗)총리가 과반수를 얻지 못하고 2차투표까지 가면 집행부가 자극을 받을 것으로 믿었기 때문. 그러나 의견집약에 실패해 이같은 계획은 이뤄지지 않았다. 평소 의견을 집약할 모임체가 필요하다는 점만 절감했다.

이들의 움직임에 대해 집행부는 ‘뜻은 가상하나 달라질 것은 아무 것도 없다’며 애써 무시하고 있다. 물리적으로 억압하지는 않겠다는 태도다. 그러나 이번 선거에서 낙선한 거물들은 “자민당과 유권자 사이에 틈이 있다는 것을 실감했다”며 “자민당에도 이제 참신성이 필요할 때가 됐다”며 공감을 나타냈다. 이 모임의 성공여부는 소장파가 언제까지 순수성을 지키며 단결하느냐에 달려있다.

<도쿄〓심규선특파원>kss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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