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우주정거장 핵심 기계船 발사 성공

  • 입력 2000년 7월 12일 19시 12분


12일 오후 1시 56분(한국시간) 카자흐스탄 공화국 바이코누르 우주기지의 81번 발사대.

‘0’을 알리는 카운트다운과 동시에 차세대 국제우주정거장(ISS)의 핵심 모듈인 ‘즈베즈다(별)’가 붉은 화염을 내뿜으며 하늘로 힘차게 솟아올랐다. 러시아 모스크바 외곽의 우주사령부에서 이를 지켜보던 러시아와 미국의 관리들은 일제히 박수를 치기 시작했다. 몇분 뒤 장내 스피커를 통해 “모든 로켓 시스템이 정상적으로 가동되고 있다”는 발표가 나왔다.

미국 러시아 일본 등 16개국이 88년부터 야심차게 추진해온 600억달러(약 66조원) 규모의 ISS 프로젝트가 본 궤도에 들어서면서 ‘국제우주정거장 시대’의 개막을 알리는 순간이었다.

이번 발사를 주관한 러시아 우주국의 알렉산드르 쿠즈네초프 부국장은 “즈베즈다 없이는 ISS의 건설 자체가 불가능하다”면서 “올해 최대의 우주행사가 성공적으로 이뤄져 기쁘다”고 말했다고 CNN방송 등 외신이 12일 전했다.

무게 22t, 길이 12.9m인 원통형의 즈베즈다는 ISS의 가장 핵심적인 부분으로 러시아가 만들어 쏘아 올렸다. 즈베즈다는 ISS를 조종하는 기계선의 역할을 하며 우주인들의 숙소로도 사용된다. 즈베즈다는 98년 지상 400㎞ 궤도에 이미 올려진 2개의 다른 모듈인 러시아의 ‘자랴’ 및 미국의 ‘유니티’와 26일 랑데부할 예정이다.

프로톤 로켓에 실려 발사된 즈베즈다는 3억2000만달러가 투입된 첨단 장비. 당초 98년 5월 발사될 예정이었지만 러시아의 재정부족과 기술적 문제가 겹쳐 4차례나 발사가 연기됐다.

2005년경 완공돼 21세기 우주 시대를 이끌어 나갈 ISS는 즈베즈다와 자랴, 유니티 등 모두 36개 부분으로 구성된다. 전체 무게가 460t, 부피 1200㎥, 길이 88m. 최대 15명의 우주인이 ISS 내에서 활동할 수 있다.

이날 즈베즈다의 발사 과정에서 가장 눈길을 끈 것은 프로톤 로켓 외벽에 부착된 미국 ‘피자헛’의 길이 9m짜리 로고. 러시아 우주국은 로켓의 중간부분에 대형 로고를 달아주는 조건으로 피자헛으로부터 125만달러(약 14억원)를 받았다. 여기에는 올 10월 3명의 우주인들이 즈베즈다에 도착하자마자 ‘피자 파티’를 갖는다는 조건도 포함됐다.

돈을 끌어들이기 위한 러시아 우주국의 노력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이탈리아 패션업체인 도나텔라 베르사체에 2년간 40만달러의 광고료를 주고 운동복 방염복 평상복 등 3종류의 우주복을 만들어 주면 러시아 우주인들이 베르사체 제품을 입고 다니겠다는 제안도 했다.

<이종훈기자>taylor5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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