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경제전문가 "포드 대우차 인수시 수많은 난관 예상"

  • 입력 2000년 6월 30일 10시 20분


미국의 경제전문가들은 포드자동차가 대우자동차 인수를 위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으나 포드는 앞으로 인수과정은 물론 회사경영에서 많은 난관에 봉착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포드가 대우차를 인수한 후 구조조정을 시도할 경우 노동조합의 강력한 저항에 부딪힐 것으로 우려되며 발표된 것 이외에 상당규모의 부채가 추가 확인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대우 구조조정추진협의회는 29일 포드를 대우차 인수를 위한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했다고 공식 발표하면서 대우차 매각을 9월초까지 마무리짓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포드는 이번 입찰제안서에서 인수가격으로 얼마를 제시했는지 밝히기를 거부했으나 한국 언론들은 60억~70억달러(약 6조7천억~7조7천억원)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디트로이트의 자동차전문가들은 이번 거래가 성공적으로 이뤄졌는지 여부는 시간이 지나야 알 수 있을 것이라면서 매우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번햄증권의 자동차분석가인 데이비드 힐리는 이번 거래는 위험을 감수할 만한 가치가 있는 것으로 보이나 성사를 위해서는 많은 난관을 극복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포드가 대우차를 인수하면 많은 이점이 따르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포드는 외국기업들에는 허용되지 않고 있는 자동차생산기지를 한국시장에 구축할 수 있게 된다. 포드는 또 대우차가 저가.소형차로 시장공략에 성공한 동유럽에 진출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게 된다.

아직까지 포드는 대우차 생산라인에서 추가 생산할 신형차의 종류에 대해 언급하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 자동차전문가들은 포드가 대우차를 초기에는 소형차생산 전진기지로 삼고 후에 중형 및 스포츠 유틸리티 차량 생산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분석가들은 그러나 한국은 민족주의 국가이며 강력한 노조를 기반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포드는 대우차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불가피한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단행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드레스드너 클라인워트 벤슨의 자동차분석가인 데이비드 개러티는 포드가 자신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대우차의 구조조정을 단행하는 것은 매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대우차는 또한 많은 부채를 숨겨놓았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 외국인들의 시각이다.

레이먼드 제임스의 자동차분석가인 그레그 샐초는 믿을 수 없을 정도의 저가로 미국에 자동차를 판매하고 있는 한국기업들이 수익성이 있는지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포드는 당초 파악했던 것보다 많은 규모의 부채를 찾아낼 수 있을 것이라고 그는 말했다.

폴 우드 포드차 대변인은 이번 인수조건은 자산인수 방식이기 때문에 포드는 대우차의 부채를 떠안지 않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자동차 분석가들은 대우차가 계속 적자를 보고 있는 상황을 감안하면 60억~70억달러의 인수가격은 대우차의 실제가치에 비해 과다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미국의 신용평가기관인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는 대우차 인수를 위한

우선협상대상자로 포드가 선정됐지만 포드의 신용등급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다고 확인하면서 신용등급 조정을 고려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밝혔다.

S&P는 그러나 대우차를 인수하게 되면 상당한 도전에 직면하게 될 것이며 한국시장에서 우위를 차지하고 있는 현대자동차와 치열한 경쟁을 벌여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디트로이트·뉴욕 AP 연합뉴스]lws@yonhap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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