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온라인 위조신분증 '골치'…가짜 이용 범죄 늘어

  • 입력 2000년 5월 30일 22시 34분


인터넷산업의 발전과 함께 온라인으로 발급된 가짜 신분증이 각종 범죄에 악용되면서 미국 내 사회 문제가 되고 있다.

뉴욕타임스지는 29일 “슈퍼마켓에서 물건을 사려는 10대 청소년부터 인터넷 뱅킹을 이용해 은행돈을 훔치려는 최첨단 범죄자까지 수천명이 온라인을 통해 가짜 운전면허증과 신분증 등 원하는 증명서를 얻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 인터넷 웹사이트를 통해 진짜와 똑같은 신분증이 공공연하게 거래되면서 최근 이같은 범죄가 증가하자 미국 상원은 인터넷을 통한 가짜 신분증 판매를 조사하는 위원회를 발족시켰다.

지난 5개월간 가짜 신분증 조사를 벌여온 미 상원 인터넷범죄 소위원회의 리 블라랙은 “이들 사이트는 놀랄 만큼 진짜와 유사한 위조품을 제공하고 있으며 이런 가짜 증명서는 인터넷 기술의 확대로 점차 범람하고 있다”고 증언했다.

조사 결과 웹사이트 운영자들은 인터넷 이용자들에게 돈을 받고 프로그램을 다운받게 하거나 운전면허증, 이민카드, 취업확인증 등을 프린트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판매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한 인터넷 사이트의 경우 19.95달러만 내면 즉석에서 대학의 학위증과 주민증, 사회보장카드 등을 발급해 주고 있는 실정. 국회 조사팀은 “위조 신분증 판매가 법으로 금지돼 있기 때문에 이들 사이트는 ‘새로운 상품’ 또는 ‘선물’이라는 이름으로 호객 행위를 하고 있으며 현재까지 얼마나 많은 위조 증명서가 범죄에 이용되었는지 알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범죄 전문가인 데이비드 메이어스는 “불과 1년 전만 해도 웹을 통한 가짜 신분증을 이용한 범죄는 전체 범죄의 1%에 불과했으나 현재 30%를 차지하고 있다”며 “위조 ID판매 사이트들에는 보통 하루 1만명의 구입 문의가 쇄도하고 있는데 어떤 ID판매 사이트는 1년에 100만달러 이상을 벌고 있다”고 밝혔다.

사이버 범죄 전문가들은 인터넷 위조 신분증의 남용을 막기 위해 처벌을 강화할 것을 주장하고 있지만 새 법이 위조 신분증 판매자들에게 과연 효력을 발휘할지 의문이라고 이 신문은 전했다.

<백경학기자>stern10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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