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 60조원규모 '나치 배상재단' 설립

  • 입력 2000년 5월 24일 20시 03분


최근 독일에서 잇따르고 있는 반외국인 테러와 나치의 잔재를 청산하고 민족간의 화합을 모색하기 위한 ‘민주주의와 관용을 위한 연대기구’가 23일 베를린에서 발족했다고 ARD방송 등 독일언론이 보도했다.

1949년 5월23일 독일헌법 선포 51주년을 기념해 이날 출범한 연대기구는 통일 이후 동독지역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는 신나치와 독일인민당(DVU) 등에 대해 민주주의 세력이 연대함으로써 독일땅에서 반외국인 정서를 청산한다는 데 목표를 두고 있다.

연대기구는 이를 위해 각 언론기관과 종교 및 시민단체와 함께 반인종주의 캠페인과 나치즘에 대한 학술대회 등 다양한 행사활동을 벌일 계획이다. 사민당(SPD)과 녹색당(Gruene)은 98년 연정구성의 선결조건으로 연대기구의 결성을 이미 합의했다.

23일 베를린에서 열린 출범 집회에는 흑인부인과 결혼했다는 이유로 살해 위협에 시달리고 있는 독일의 테니스 영웅 보리스 베커와 오토 쉴리 내무장관 등이 참석해 외국인 혐오증을 청산하고 더불어 사는 사회를 만들자고 촉구했다.

독일정부는 이와 함께 2차대전 중 나치의 유대인 강제노역으로 막대한 이익을 챙긴 BMW와 지멘스 등 독일 내 대기업이 출연할 100억마르크(약 60조원)의 기금으로 피해자 보상업무를 전담할 재단을 설립키로 했다.

독일정부는 또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이 독일을 방문하는 다음달 독일정부와 유대인 배상기금을 낸 기업, 이스라엘과 폴란드, 러시아 등 피해를 본 국가들간의 협정을 통해 나치범죄에 대한 도덕적 재정적인 책임을 수용할 방침이다.

이와 관련해 게르하르트 슈뢰더 총리는 “나치시대의 죄과를 배상하는 것은 독일국민에게 주어진 시대적인 과제”라며 “유대인 피해배상을 위한 재단설립을 계기로 과거청산 작업이 가속화되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런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아돌프 히틀러의 생일인 지난달 20일 신나치주의자들이 에어푸르트의 유대 교회에 화염병을 던진 것을 비롯해 외국인 거주지역에서 극우파에 의한 폭력사건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인종주의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백경학기자> stern10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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