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포터]예멘의 性 논쟁…여성학 지도교수 해외피신

  • 입력 2000년 5월 17일 15시 08분


"사단의 음모가 전개되고 있다. 그것은 성의 음모이다 ... '성'은 동성연애나 남녀평등을 담는다"

이는 아랍인들의 성에 대한 개념이 어떠한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한국사회에서도 ‘성’이 공개적 개방적으로 다루어지기 시작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은 일이다.

15일 AP통신은 예멘의 수도 사나발(發)로 사나대학교의 여성학과가 폐쇄되었다고 보도하였다. 담당 교수는 이미 예멘을 빠져나갔고 공부하던 100여명의 학생들은 떠돌고 있는 상태로 알려졌다. 소장 라우파 하싼도 네덜란드로 피신중인 상태이다.

어떻게 학기 중에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이번 사건의 발단은 '성(性)'이라는 어휘가 문제였다.

예멘에서의 성 논쟁은 우리들에게 그리 낯설지 않다. 한국에서도 그리 오래되지 않은 시기에 있었던 논쟁이며, 지금도 그 영향력이 남아 있는 진부한 논쟁의 복사판이기 때문이다.

성은 보수적인 사람들에게는 여전히 거북스런 용어임에 틀림없다. 성에 대한 개념을 부정적이고, 이물한 것으로 연상하는 이들이 많기 때문이다. 이와 동일한 모습이 보수적인 무슬림들에게도 나타나는 것이다.

예멘의 무슬림 성직자와 대학의 일부 교수들은 '성'이라는 단어를 이렇게 해석한다. "이 단어는 원래 아랍어에 없는 것으로, (문제의) 연구소에서 서구인들의 시각에 동조, 동성애나 여성들의 성의 자유를 표현하는 것으로 사용해왔다"는 것이다.

즉, 성은 동성연애나 남녀평등을 담는다는 것이다.

적지않은 교수들과 학생들 또한 예멘에 남녀의 동등성을 주장하는 자유주의적 사상이 확산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밝히고 있다. 이번 여성학과의 폐쇄는 정치적인 것이다. 이슬람주의자들이 원하지 않았다. 결국은 보수주의자들이 승리한 것이다.

문제시된 연구소는 4년 전에 설치되어 네덜란드의 지원을 받아 운영되어왔다. "경험적 조사와 여성 연구소"라는 이름의 이 연구소는 여성문제를 연구 조사함으로 여성들의 개발을 돕기 위한 목적으로 설립된 것이다. 비도덕적이거나 퇴폐적인 요소는 없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입장이다. 그런데도 소장이 네덜란드로 피신한 이유는 무엇인가? 그녀는 최근 이슬람 사원에서 설교자들이 그녀를 비도덕적이라고 비난한 이후에 피신했으며 이는 일부 과격 무슬림들에 의한 테러를 염려한 것으로 보인다. 과격한 이슬람 원리주의자들에게 있어서 '비도덕적'인 대상에 대한 테러가 정당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사원에서 설교된 여성학 연구소를 비난하는 테잎은 시중에서 판매중이다. 설교 내용에는 다음과 같은 대목이 들어있다.

"사단의 음모가 전개되고 있다. 그것은 성의 음모이다. ... 성은 남자가 남자와 더불어 결혼하고, 여자가 여자와 결혼하는 가정을 말하는 것으로, 완전한 퇴폐를 의미한다. 아울러 여성이 그녀의 마음이 끌리는 아무 남자에게나 몸을 주는 것을 의미한다..."

지금 현재 100여명의 남녀 학생들이 1년 과정의 연수과정과 석사 과정에서 공부하고 있다. 가을학기부터 시작되는 학제를 가지고 있는 이들은 마지막 기말 시험을 남겨두고 있는 상태였다. 이들의 처리문제에 대하여 학교측의 반응이 주목되고 있는 가운데 아직 별다른 공식적인 학교측의 방침이 결정되지 않은 상태이다.

아랍 지역에서 여성학과가 설치된 곳은 그리 많지 않다. 보수적인 사회 분위기 속에서 여성 운동이나 여권 신장 움직임을 죄악시하고, 좌경시하는 사회적인 분위기 때문이다.

한편, 요르단은 지난해부터 여성학과를 개설하여 석사과정으로 운영중이다.

김동문 <동아닷컴 인터넷기자> yahiya@hani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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