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에라리온 외국인탈출 본격화…국제기구 대피 착수

  • 입력 2000년 5월 9일 19시 53분


내전 재발위기를 맞고 있는 아프리카 서부 시에라리온에서 8일 영국인 등 유럽연합(EU) 회원국 국민과 국제기구 요원들이 본격 철수에 들어갔다.

영국군 공수부대 1진 250명은 이날 수도 프리타운 외곽 룽이 공항을 장악하고 자국민 60명을 군용기에 태워 인근 세네갈로 대피시켰다. 현재 시에라리온에는 영국인 500명 등 EU 회원국 국민 800여명이 남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유엔도 이날 프리타운에서 활동중인 민간요원 가운데 필수요원 55명만 남겨두고 266명을 대피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세계식량계획(WFP)도 반군이 장악하고 있는 시에라리온 동북부의 봄발리 톤콜릴리 등지에서 구호업무를 중단했다.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은 이날 시에라리온의 질서 회복을 위해 서방이 신속대응군을 파견해줄 것을 거듭 촉구했다. 그는 9일 나이지리아에서 시에라리온사태 논의에 들어간 아프리카 9개국 정상이 반군지도자 포데이 산코의 평화협정 준수 설득작업 등 사태해결에 적극 나서달라고 요구했다.

8일 아난 총장과 만난 매들린 올브라이트 미국 국무장관은 “미국은 시에라리온에 병참 지원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올브라이트 장관은 지상군 파견 가능성은 배제했다. 미국은 시에라리온에 유엔평화유지군으로 파견될 방글라데시군 700명을 태울 수송기를 제공하기로 했다.미국은 또 나이지리아에 군사고문단을 파견해 나이지리아가 1600명의 군대를 시에라리온에 파견하도록 설득중이라고 외신이 전했다.

한편 이날 프리타운 주민 5000여명이 반군지도자 산코의 집 앞에서 투석시위를 벌이다 반군 경비대의 총에 맞아 5∼7명이 숨지고 30여명이 다쳤다.

▼NYT 내전원인 분석/"다이아몬드가 총성불렀다"▼

지난해 7월 시에라리온 정부군과 반군은 8년간의 내전을 종식시키자며 평화협정을 맺었다. 그런데도 총성이 멈추지 않는 이유는 뭘까.

1961년 영국에서 독립한 이래 줄곧 집권해 온 군사정권의 부패와 무능 탓도 있지만 ‘다이아몬드’에 얽힌 유혹이 내전을 부추기는 요인이 되고 있다고 미국 뉴욕타임스지가 최근 분석했다. 앙골라나 콩고도 같은 이유로 내전을 벌이고 있기 때문.

반군인 혁명연합전선(RUF)이 장악한 동북부는 다이아몬드 광산 밀집지역. 반군은 인근 라이베리아를 통해 다이아몬드를 팔아 무기구입 대금은 물론 자신들의 잇속을 차리고 있다.

반군지도자 포데이 산코와 찰스 테일러 라이베리아 대통령은 오랜 친구. 두 사람은 리비아에서 게릴라훈련을 받은 뒤 80년대 후반 반군활동에 뛰어들었다. 특히 97년 테일러가 대통령에 당선된 이후 산코는 라이베리아를 통해 안정적인 판매망을 확보하게 됐다. 물론 두 사람은 이를 부인하고 있다.

90년대 중반까지 다이아몬드 수출실적이 별로 없던 라이베리아는 최근 3∼4년간 무려 3100만캐럿의 다이아몬드를 수출했다. 그 동안의 수출실적으로 따졌을 때 물경 200년간의 수출기록과 맞먹는 물량.

그러나 평화협정을 이행할 경우 반군지도자 산코는 자신이 장악하고 있는 다이아몬드 밀집지역을 정부에 내놓아야 한다.

<윤양섭기자> laila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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