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놈해독이 가져올 변화]유전자 정보도 상품화

  • 입력 2000년 5월 9일 19시 05분


인간 게놈에 대한 해독 작업이 곧 끝날 것으로 전해지면서 게놈 정보를 상용화하려는 ‘포스트 게놈’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민간 생명공학회사와 제약회사는 게놈 정보를 이용해 △신약개발 △유전자 진단과 치료법 개발 △개인의 유전정보 판매 등을 통해 엄청난 돈을 벌어들일 궁리에 바쁘다. ‘유전 금광맥’을 캐기 위한 경쟁이다. 이 같은 생명공학 분야 시장규모는 정보산업 분야보다 클 것이란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최근 미국 등지에서는 생명공학 관련 회사의 주식이 인터넷 관련 회사 주식 못지 않게 투자자들의 높은 관심을 끌고 있다.

▼신약개발땐 엄청난 돈벌이▼

▽신약개발〓미 제약회사 암젠 등은 ‘EPO유전자’를 이용한 빈혈치료제를 만들어 지난해에만 13억달러의 매출을 기록했다. 암젠 제너테크 등이 ‘GCSF유전자’를 이용해 생산한 백혈병치료제 시장 규모도 한해에 10억달러 이상이다. 불과 두 개의 유전자 정보만으로도 생명공학회사들이 수십억달러를 벌어들이고 있는 것이다.

인체내의 23쌍 염색체에 포함된 유전자 10만여개 중 질병과 관련된 유전자는 6000∼1만여개로 추정된다. 따라서 유전자 정보를 이용한 신약 시장의 규모는 2010년경이면 최소 1000억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미 컨설팅사 ‘언스트 & 영’은 전망했다.

▼'맞춤의약품' 나올수도▼

▽유전 정보 판매〓인간 유전자는 A(아데닌) C(시토신) G(구아닌) T(티민) 등 4개의 염기가 결합한 약 30억개의 쌍으로 이뤄져 있다. 삼성서울병원 김대식(金大植·진단병리과)교수는 “30억개의 염기쌍 중 개인별로 다른 것은 10만∼30만개인데 이 같은 염기쌍의 차이 때문에 사람마다 외모 및 쉽게 걸리는 병의 종류가 달라진다”고 말했다.

개인의 염기서열에 대한 정보가 파악되면 그 사람이 어떤 질병에 걸리기 쉬운지를 알 수 있게 돼 질병을 예방할 수 있게 된다. 즉 개인의 유전자 특성에 따른 ‘맞춤 의약품’이 등장할 수 있다.

민간분야의 게놈연구 선두주자인 미 생명공학회사 셀레라 제노믹사는 머크 릴리 화이자 등 세계 10대 제약회사에만 각각 50만달러를 받고 게놈 관련 정보를 판매해왔다. 앞으로 개인의 염기서열 차이 등을 비교하는 데이터를 5000∼1만달러에 팔 계획이다. 후발주자인 미 더블 트위스트사도 게놈프로젝트팀이 공개할 인간유전자 지도의 내용을 분석해낸 자료를 인터넷을 통해 판매할 예정이라고 8일 발표했다.

▼잘못된 유전자 대체 가능▼

▽유전자 치료〓10만여개의 유전자를 구성하는 염기서열이 규명되면 각 유전자의 기능을 밝혀내는 일이 본격화된다. 즉 특정 유전자의 결손이나 이상이 어떤 질병을 가져오는지를 정확히 가려내 잘못된 유전자를 정상 유전자로 대체하거나 ‘수리’하게 될 전망이다.

유전자를 이용한 신약개발이 질병을 일으키는 단백질의 기능을 억제하는 치료제를 개발하는 것이라면 유전자 치료는 질병 원인에 대한 직접적이고 근본적인 치료다. 선천성 면역결핍증(SIDS)의 경우 질병 유발 유전자를 정상 유전자로 대체해 치료에 성공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낭포성 섬유종, 헌팅턴병(신경질환), 혈우병 등의 질병은 단일 유전자의 결함에 따라 나타나지만 여러 유전자가 동시에 관계돼 발생하는 질병도 많다. 현재까지 연구결과 450여종의 질병에 대해 유전자 검사가 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인간 게놈 해독을 계기로 유전자를 이용한 조기진단과 치료법은 획기적인 진전을 보게 될 전망이다.

<구자룡기자>bon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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