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첫 민선시장 리빙스턴 당선

  • 입력 2000년 5월 5일 21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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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영국 런던에서 치러진 첫 민선시장 선거에서 무소속의 켄 리빙스턴 후보(54)가 당선됐다. 토니 블레어 총리에 이어 실질적인 영국정계 2인자로 떠오른 리빙스턴은 700만 시민의 복지 교통 교육정책과 막대한 시 예산을 주무르게 된다.

리빙스턴이 런던을 이끌게 된 것은 이번이 사실상 두번째. 그는 1981년 런던 의회이자 행정부였던 ‘광역런던평의회(GLC)’ 의장에 선출됐었다. 극좌성향의 그는 당시 △동성애자 권리옹호 △런던시 비핵지대화 선언 △아일랜드공화군(IRA) 시위지지 등 좌경 정책을 잇따라 내놓아 집권 보수당의 마거릿 대처총리와 사사건건 부닥쳤다. 이 때문에 ‘빨갱이 켄’이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당시 그는 리무진관용 대신 지하철을 타고 다녔고 찰스왕세자의 결혼식에 초청받았으나 “결혼식에 참가하라고 나에게 표를 준 시민은 없다”며 참석하지 않았다. 그는 GLC 청사에 실업자수를 큰 글씨로 써붙여 놓기도 했다. 참다못한 대처총리는 86년 GLC를 폐지해버렸다.

그는 최근에도 “자본주의는 히틀러보다 나쁘다”고 말할 정도로 좌파성향을 지켜왔다. 이를 부담스러워한 노동당의 블레어총리는 3월초까지도 자당 소속이었던 리빙스턴 대신 프랭크 돕슨 하원의원을 시장후보로 공천했다. 그러나 리빙스턴이 당선됨으로써 블레어는 큰 부담을 안게 됐다. 이 같은 강경이미지와는 달리 그는 예절을 잘 지키고 악의없는 태도를 지닌 것으로 전해진다.

1945년 런던의 전형적인 노동자집안에서 태어난 그는 23세때 노동당에 입당했다. 초등학교 때 성적은 좋지 않았지만 교사들은 그를 ‘뛰어난 조정자’로 기억하고 있다.

리빙스턴은 70년대에 결혼한 부인과 이혼하고 지금은 국제사면위원회 영국지부장 케이트 앨런과 살고 있다.

<윤양섭기자>laila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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