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바브웨 흑백 유혈사태 악화…"토지재분배" 요구

  • 입력 2000년 4월 17일 19시 08분


백인소유 농장에 대한 무상 몰수를 선언한 아프리카 짐바브웨에서 흑인의 백인농장 강제점거가 잇따르면서 15일 백인 농장주가 살해되는 등 흑백갈등이 유혈사태로 악화되고 있다.

쿠바 ‘77그룹’ 정상회의를 마치고 16일 귀국한 로버트 무가베 짐바브웨 대통령은 독립전쟁 참전군인이 주축이 된 흑인의 백인 농장점거를 “불평등한 토지분배에 대한 항거”라고 정당화하면서 “토지 재분배를 실시하기 전까지 참전용사들에게 농장에서 떠나라고 명령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영국 BBC방송은 무가베 정권이 6일 토지무상분배법을 통과시킨 후 백인소유 5000여 농장 가운데 1000여 곳이 강제점거당했다고 17일 전했다. 이 가운데 15일 데이비드 스티븐슨이란 한 백인 농장주가 흑인의 총에 맞아 피살됐으며 이웃의 백인 농장주 5명도 흑인에게끌려가 심하게 구타당했다.

이에 따라 16일 100여 백인 농장주 가족이 농장을 버리고 수도 하라레 등지로 떠나는 등 피난자들이 속출하고 있다고 백인 농장주 모임인 상업농장연합(CFU) 관계자가 밝혔다.

짐바브웨를 1980년까지 식민통치했던 영국은 15일 백인 농장주 1명이 피살된 후 항의의 뜻으로 짐바브웨 주재 대사를 소환했다. 로빈 쿡 영국 외무장관은 16일 성명을 내고 “이번 사태는 법치가 와해된 결과”라며 범인 체포와 기소를 요구할 것이라고 밝히는 등 양국간에 긴장이 조성되고 있다.

토지 유상분배를 주장해온 짐바브웨 야당인 민주화운동연합(MDC)은 독립 이후 극심한 부정부패를 저질러온 무가베와 집권당이 4월 총선을 앞두고 민심 무마를 위해 토지무상분배법을 통과시켰다고 비판하고 있다.

<권기태기자>kk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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