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모리 新시대]'철새 정치인' 오자와 결국 수렁으로…

  • 입력 2000년 4월 5일 20시 18분


탈당과 짝짓기를 밥 먹듯이 하는 정치인의 종말은 어떻게 될까. 최근 급류를 타고 있는 일본 정국에서 ‘철새 정치인’의 운명을 확인하게 하는 사례가 나왔다.

오자와 이치로(小澤一郞·57)자유당 당수. 1969년 최연소인 27세로 중의원에 당선, 다케시타(竹下)파 7공자 중 한명, 47세에 집권 자민당의 간사장…. 후임총리감으로 거론될 만한 인물이다.

그런 그가 이번 소용돌이의 유탄을 맞아 최대 피해자로 등장했다. 어수선한 난국이 됐지만 총리를 꿈꿀 수 없는 불행한 처지가 됐다.

오자와는 1993년 ‘개혁’의 기치를 내걸고 자민당을 뛰쳐나와 신생당을 결성했다. 큰 나라 신하보다는 작은 나라의 왕을 원했던 것일까. 1994년 12월에는 다시 신진당을 만들어 간사장이 되고 이듬해 12월 당수에 취임했다. 오자와는 이 당도 해체하고 1998년 1월 자유당을 결성해 다시 당수가 됐다. 6년간 몸담은 당이 4개. 그 때마다 세는 점점 줄어들었다. 그래서 그는 ‘축소재생산’을 했다는 말까지 듣고 있다. 그가 만년 야당으로 남아있었으면 명분이라도 있었을 것이다. 그는 지난해 1월 자민당과 연립해 여당에 들어갔다. “지난 5년반은 뭐였느냐”는 비난이 쏟아졌다. 그는 아랑곳없다는 듯 지난 연말에는 자민당과의 통합까지 시도했다.

오자와는 여당파트너로 있으면서도 계속 ‘몽니’를 부렸다. 연립 발족 당시 약속한 공약을 지키지 않으면 연립을 깨겠다고 4차례나 자민당을 을렀다. 이 때문에 ‘늑대소년’에 빗대 ‘늑대중년’이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그는 결국 연립에서 탈퇴했다. 1일 저녁 오부치 게이조((小淵惠三) 전 총리가 쓰러지기 몇 시간 전이다. 그래서 더 비난을 받고 있다. 그는 이튿날 “연립탈퇴를 유보하겠다”고 밝혔으나 이미 때는 늦었다.

오자와는 현재 중참 양의원에서 50명의 의원을 거느리고 있었다. 그러나 연립이탈에 반대하는 26명이 ‘보수당’을 결성해 자민당과의 연립을 유지하겠다며 반기를 들어 다시 ‘축소재생산’을 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백면서생처럼 이상은 높지만 전략은 없다’ ‘파괴꾼이지 결코 건설자가 아니다’라는 평가가 오자와의 갈지(之)자 행보를 잘 설명한다.

<도쿄〓심규선특파원> kss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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