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3당연정 붕괴위기…오자와 당수, 오부치와 곧 담판

  • 입력 2000년 3월 28일 19시 40분


일본의 자민 자유 공명당의 3당 연립정권이 붕괴 위기를 맞았다.

오자와 이치로(小澤一郞) 자유당 당수는 29일 의원총회를 열어 연정 탈퇴 여부에 대한 전권을 위임받을 예정이다. 그 후 오부치 게이조(小淵惠三)총리와 담판을 짓는다.

오자와가 연정 탈퇴를 결심한 것은 공명당이 연정에 합류하면서 자유당의 존재가치가 떨어졌기 때문. 자민당은 1999년 1월 자유당과 연립정권을 구성했으나 10월 다시 공명당을 끌어들여 ‘한지붕 세가족’이 됐다. 이후 자민당은 소속 의원 수가 자유당보다 많은 공명당을 우대했다. 자민당이 안정보장이나 사회복지제도 등 연립정권 발족 당시 공약을 지키지 않은 것도 자유당으로 하여금 연정 탈퇴를 생각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가장 큰 이유는 곧 실시되는 총선 때문이다. 세가 약한 자유당은 자민당이 독자 후보를 내지 않고 자유당 후보를 밀어주지 않으면 당선이 어렵다. 자유당은 자민당에 26개 선거구를 양보해달라고 했다. 자민당은 10개 선거구만 내주겠다고 했다. 그러자 자유당은 인기가 떨어진 자민당 그늘에서 벗어나 차라리 독자적으로 싸우는 것이 낫다고 본 것이다.

오자와 당수는 지난해 말 오부치 총리에게 합당을 제안했으나 거부당한 적도 있다. 자민당 내에는 1993년 자민당에서 나가 신당을 만들었던 오자와 당수에 대한 불신이 여전히 뿌리깊다. 이번에도 “가볼 테면 가보라”는 식이다.

그러나 자유당이 연립정권에서 이탈하면 공명당 처지도 곤란해진다. 자민당과 공명당의 연립을 비판하는 여론이 많아 자유당 이탈시 더 많은 눈총이 공명당에 쏠릴 수밖에 없다. 이런 사정 때문에 간자키 다케노리(神崎武法) 공명당 대표는 “3당이 모여 연정 탈퇴에 관해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연정 붕괴는 정계 전반에 미칠 영향도 크다. 오부치 내각은 3당연립 후 의석수를 앞세워 야당의 반대를 무시하고 원하는 법률을 제정했다. 그러나 앞으로는 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또 총선을 앞둔 시점에서 “집안 통솔도 제대로 못한다”는 공격을 받을 것으로 보여 정치력에도 상처를 입을 것이다.

<도쿄〓심규선특파원>kss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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