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첫 아카데미의 선택]'아메리칸 뷰티' 5부문 석권

  • 입력 2000년 3월 27일 20시 12분


제 7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아메리칸 뷰티’가 작품상 감독상 남우주연상 촬영상 각본상 등 5개 부문에서 수상하며 올해 미국 최고의 영화로 떠올랐다.

27일 오전(한국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슈라인오디토리움에서 열린 아카데미상 시상식에서 작품상은 미국 중산층 가정의 붕괴를 그린 ‘아메리칸 뷰티’에 돌아갔다. 이 영화는 모두 8개 부문 후보에 올랐으며 5개 부문에서 수상했다. ‘아메리칸 뷰티’의 작품상 수상은 이미 예견됐던 일. 후보들 중 두드러진 경쟁상대가 없는데다 지난해 말부터 미국내 비평가협회와 골든 글로브의 작품상을 휩쓸며 강력한 후보로 떠올랐었다. 지난해에는 ‘셰익스피어 인 러브’와 ‘라이언일병 구하기’가 작품상과 감독상을 나눠받았었다.

남녀주연상은 ‘아메리칸 뷰티’의 케빈 스페이시(41)와 ‘소년은 울지 않는다’에서 남장 여성으로 열연한 힐러리 스왱크(26)에게 각각 돌아갔다. 한편 주요 부문에서는 수상하지 못했으나 ‘매트릭스’가 시각효과 음향 음향효과편집 등 기술부문 3개 상과 편집상 등 4개 부문상을 차지해 주목을 받았다.

케이블채널인 OCN을 통해 한국에 생중계된 이날 시상식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마이클 케인(67)의 남우조연상 수상. ‘사이더 하우스 룰스’에 출연한 이 노배우가 호명되자 참가자들은 모두 일어나 박수를 치며 환호했다. 단상에 오른 케인은 함께 후보에 오른 배우들을 일일이 거명하며 덕담을 하던 도중 조연상 후보였던 톰 크루즈에게 “조연급이 돈을 얼마나 적게 받는지 아느냐. 자네가 이 상을 탔다면 오히려 주가가 하락했을 것”이라고 농섞인 위로를 건네기도 했다.

또 ‘처음 만나는 자유’로 여우조연상을 탄 안젤리나 졸리(25)는 “기절하지 않은 게 천만다행이다. 훌륭한 배우이자 아버지인 존 보이트에게 고맙다”며 울먹였다. 영화제작자에게 주는 공로상인 어빙 탈버그상을 탄 제작자 겸 배우 워렌 비티는 “탈버그상과 백악관중 하나를 선택하라면 이 상을 선택할 것”이라며 감격해 했다.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은 유난히 말썽이 많았던 편. 지난달 주요 부문 후보 명단이 사전유출된 데 이어 투표용지와 트로피를 분실하더니 이번에는 미국 ‘월스트리트 저널’이 시상식 하루 전날 선거인단인 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AMPAS) 회원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해 작품상, 남녀 주연 및 조연상 수상 예정자 명단을 사전 보도하는 일이 발생했다. 이는 1939년 ‘로스앤젤레스 타임스’가 시상식 당일 수상자 명단을 미리 보도한 뒤 60여년 만에 처음 벌어진 명단 유출사건.

시상식 사회자인 빌리 크리스탈은 “월 스트리트 저널이 이상한 발표를 했는데 우리는 비밀을 철저히 지켰다”고 익살을 떨었지만 발표 결과 월 스트리트 저널의 보도는 남우주연상 수상자 한 명을 제외하고 모두 ‘정답’으로 밝혀짐으로써 80%의 적중률을 보였다.

<김희경기자> susan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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