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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0년 3월 26일 19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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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M은 세계 최대의 컴퓨터 회사이지만 그동안 컴퓨터의 두뇌에 해당되는 운영체제 (OS)시장에서는 고전해왔다. 개인용 컴퓨터 분야에서는 OS2를 내놓았지만 마이크로소프트(MS)의 윈도에 참패했고 중소형 컴퓨터 분야에서는 유닉스 AIX 버전이 선 마이크로시스템스의 솔라리스에밀렸다.
IBM은 OS시장의 ‘독재자’ MS에 도전한 리눅스를 앞으로 IBM의 기본 OS로 삼겠다고 1월10일 발표했다. 이는 OS시장의 ‘반군(叛軍)’인 리눅스가 컴퓨터업계의 주류에 편입되는 것을 뜻할 뿐만 아니라 IBM의 고토(故土) 회복 의지가 얼마나 강렬한지를 드러낸 것.
리눅스는 핀란드 대학생 리누스 토발즈가 1991년 중소형 컴퓨터 운영체계인 ‘유닉스’를 인터넷에서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변형한 것으로 유료인 MS의 윈도와 달리 인터넷을 통해 무료로 다운로드할 수 있다. 더구나 100여만개의 명령어로 이뤄진 리눅스의 코드를 공개해 수많은 프로그래머들이 앞다퉈 더 나은 OS를 만들도록 개방돼 있어 MS의 지배시장에서 ‘시민혁명’을 시도하고 있는 셈.
IBM이 리눅스를 기본 OS로 채택한 것은 리눅스의 기능이 프로그래머들의 자발적 참여로 무한하게 팽창할 수 있다고 평가했기 때문이다. 미 일간지 뉴욕타임스는 20일 “IBM은 불과 7주일만에 이런 전략을 채택하는 신속성은 보였지만 전략이 성공할지는 아직 알 수 없다”고 지적했다.
리눅스가 단순 기능에 적용될 때는 효과적이지만 금융거래 시스템 같은 복잡한 기능을 24시간 중단없이 IBM 기존 시스템과 충돌하지 않고 가동될 수 있을지는 아직 검증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IBM은 리눅스를 자사 컴퓨터와 무리없이 결합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만들려고 이미 수백명의 엔지니어를 투입했다. 투입될 전문인력은 수년 내에 수천명으로 늘어난다.
뉴욕타임스는 “리눅스가 믿을 수 있고 강력한 OS가 되려면 최소한 5년이 걸릴 것”이라면서도 “이 운영체제가 일단 제자리만 잡으면 IBM은 MS와 선마이크로시스템스를 제칠 만한 강력한 시스템을 구축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홍은택기자>euntac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