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中-대만 긴장완화 외교戰 분주

  • 입력 2000년 3월 21일 19시 34분


18일 대만 총통선거에서 대만의 독립을 주장해 온 천수이볜(陳水扁) 후보가 당선되자 미국이 ‘하나의 중국’이라는 원칙을 지키면서 중국 및 대만과의 관계를 모두 원만하게 유지하는 문제로 고심하고 있다.

미국으로선 대만독립과 관련한 중국과 대만의 긴장이 혹시 군사적 충돌로 증폭될 경우 어느 쪽도 편들 수 없는 곤란한 상황에 놓여 있기 때문.

리처드 홀브룩 유엔주재 미국대사는 21일 중국에 가 탕자쉬안(唐家璇)외교부장과 장쩌민(江澤民)국가주석을 잇따라 면담했다. 그는 탕부장에게 ‘하나의 중국’ 정책에 대한 미 정부의 지지입장을 재확인하는 한편 대만 문제의 평화적인 해결을 촉구했다. 중국의 자제를 요청한 것이다.

대만에는 하원 국제관계위원장 출신 리처드 해밀턴(우드로 윌슨센터 소장)을 보내 민간차원에서 같은 메시지를 전달한다. 미국은 그만큼 다급한 표정이다.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스는 “미국 정부는 대만이 민주화되면 독립을 주장해 온 야당에 의해 정권교체가 될 것임을 알면서도 지난 10여년간 민주화를 촉구하다가 정작 정권교체가 현실화하자 시기가 적절치 않은 것으로 여기고 있다”고 전했다.

사실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가입을 임기 말년의 최대 외교목표로 삼고 비판적인 의회를 설득하는데 애를 먹어온 빌 클린턴 대통령에게 대만 총통선거 결과는 ‘산 너머 산’ 격의 어려움을 안겨 줄 것으로 보인다.클린턴 정부의 대 중국 정책에 비판적인 공화당은 “중국의 WTO가입에 앞서 열악한 인권상황부터 개선시켜야 한다”는 주장을 펴왔다. 미국이 20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개막된 56회 연례 유엔 인권위원회에서 중국의 인권상황을 비판하는 결의안 채택을 추진하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공화당 등 일부 보수층은 또 중국의 대만침공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대만에 군사 분야를 비롯한 각종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미국은 중국에 대한 관계개선과 제한적인 비판을 병행하면서 늘 대만의 입장도 공평하게 헤아려야 하는 외교적으로 쉽지 않은 상황을 맞은 것이다.

워싱턴의 여러 전문 연구소들은 중국과 대만 사이에 양다리를 걸친 미국이 취할 바에 대한 세미나를 최근 잇따라 열고 있으나 뾰족한 답이 나오지 않고 있다.

<워싱턴〓한기흥특파원>eligi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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