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어-부시, 정치자금 문제 E메일 공방

  • 입력 2000년 3월 17일 19시 09분


미국 민주당과 공화당의 대통령 후보로 사실상 확정된 앨 고어 부통령(왼쪽사진)과 조지 W 부시 텍사스주지사가 최근 정치자금 문제를 놓고 E메일을 통해 뜨거운 공방을 벌인 사실이 밝혀졌다.

미국 언론 보도에 따르면 먼저 E메일로 공세에 나선 사람은 평소 “인터넷 시대가 오는데 내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주장해 온 고어 부통령.

그는 플로리다주 등 남부 6개 주의 예비선거에서 두 사람이 각 당의 대선 후보 지명에 필요한 대의원을 확보한 14일밤 부시 주지사에게 축하 E메일을 보냈다.

고어는 “선거 제도에 대한 유권자들의 믿음을 회복시키기 위해 ‘소프트 머니’를 사용하는 정치 광고를 중단하자”는 파격적인 제안을 했다. 소프트 머니는 정당을 상대로 기부되는 정치자금으로 특정 후보에게 주는 ‘하드 머니’와 달리 어디에 쓰든 상관없다.

고어는 “공화당이 소프트 머니로 정치 광고를 하지 않는 한 민주당도 광고를 안 내겠다”며 “양당이 광고 전쟁을 할 것인지는 전적으로 공화당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대신 주요 이슈를 놓고 토론회를 자주 갖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부시 주지사는 다음날 회신을 보냈다. 그러나 정치 광고 얘기는 쏙 빠졌다. 대신 “정치자금법이 제대로 지켜지고 있는지 국민이 알아야 한다”면서 “1996년 대선 당시 불법 선거자금모금 의혹에 관한 진상을 공개하라”고 응수했다. 유권자의 신뢰를 회복하려면 출마자들이 법을 지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 부시는 E메일 말미에 “귀하의 E메일에 감사드린다”며 “당신이 주도했다는 인터넷은 놀라운 발명”이라고 은근히 고어를 꼬집었다.

<워싱턴〓한기흥특파원>eligi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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