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열쇠 여성표에 달렸다"…美 언론 여론조사 분석

  • 입력 2000년 3월 16일 19시 35분


‘여성들의 마음을 사로잡아라.’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격돌할 공화당의 조지 W 부시 텍사스 주지사와 민주당의 앨 고어 부통령이 여성 유권자들의 지지를 확보하려고 고심하고 있다. 여성 유권자가 누구를 선택하느냐가 당선을 결정짓는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미 일간지 유에스에이 투데이는 15일 CNN방송 및 여론조사기관 갤럽과 공동으로 지난 주말 전국의 유권자 502명을 상대로 한 여론조사 결과를 토대로 “여성 유권자들이 백악관의 열쇠를 쥐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남성들은 부시 주지사(56%)를 고어 부통령(35%)보다 압도적으로 선호하고 있으나 여성들은 고어 부통령(50%)을 부시 주지사(44%)보다 좋아해 남녀간에 지지후보가 엇갈리고 있다.

여성 유권자들은 전통적으로 민주당 후보를 지지하는 성향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부시 주지사가 여성 사이에 선전(善戰)하고 있어 고어 부통령이 상대적으로 수세인 셈.

대폭적인 세금감면을 공약으로 내건 부시는 “가장 힘든 직장인이 남편 없이 혼자 자식을 키우는 여성들”이라며 “세금감면은 이들의 삶을 낫게 만들 것”이라고 주장하는 등 여성 표를 얻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부시의 이러한 행보는 1996년 대선 때 공화당의 밥 돌이 남성 유권자 사이에서는 클린턴 대통령을 44%대 43%로 앞섰으나 여성 유권자 사이에선 38%대 54%로 크게 뒤져 결국 백악관 입성에 실패한 것을 의식한 것. 민주당도 고어 부통령이 대선에서 이기려면 여성 유권자들을 붙드는 것이 급하다고 여기고 있다. 민주당의 한 선거참모는 “부시가 역대 공화당 후보 가운데 가장 여성 유권자에게 먹혀들고 있어 큰일”이라고 털어놨다. 그러나 고어측은 교육 의료 총기규제 등 여성의 관심 분야에서 민주당의 정책이 공화당 정책보다 더 지지를 받고 있어 여성 유권자들을 많이 끌어들일 수 있으리라고 기대하고 있다.

<워싱턴〓한기흥특파원> eligi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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