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출판사, 푸틴 사생활 비밀 인터넷에 공개

  • 입력 2000년 3월 16일 19시 35분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권한대행(47)의 사생활 이야기가 처음 일반에 공개됐다. 러시아 바그리우스 출판사는 3·26 대선에서 당선이 거의 확실한 푸틴의 내면을 다룬 ‘1인자로부터’를 최근 출간했다. 이 책은 3명의 민완기자가 푸틴과 부인 류드밀라 등 가족, 푸틴의 은사와 옛 친구 등 주변인물을 집중취재해 ‘인간 푸틴’을 파헤친 것. 그러나 선관위는 이 책이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선거 후로 판매를 연기시켰다.

그러나 출판사측은 인터넷 홈페이지(www.vagrius.com)에 전문(全文)을 띄웠다. 구소련 비밀경찰인 국가보안위원회(KGB) 출신으로 지난해 보리스 옐친 전대통령의 후계자로 급부상한 푸틴의 사생활은 지금까지 베일에 가려졌다. ‘푸틴과의 대화’라는 부제의 이 책에는 푸틴이 KGB요원이 된 과정과 부인 류드밀라와의 만남, 베를린장벽 붕괴, 벼락출세의 배경과 그 과정에서 겪은 가족의 생활변화 등이 상세히 나와 있다.

가장 흥미를 끄는 대목은 가족 이야기. 스튜어디스이던 류드밀라는 친구의 소개로 푸틴을 만나 첫눈에 사랑에 빠져 먼저 구애했다. 그러나 푸틴이 처음에는 직업을 속여 류드밀라는 애인이 그냥 ‘수사관’인 줄만 알았다.

두 딸 예카테리나(14)와 마리나(13)는 “아빠가 자랑스럽지만 주변의 눈총과 늘 따라다니는 경호원이 아직 어색하다”고 털어놓았다. 푸틴은 명사수에 러시아 고유 격투기인 삼보와 유도 유단자. 특히 “유도는 단순한 운동이 아니라 철학”이라고 말할 정도로 빠져 있다.

이 책에는 푸틴의 정치적 성향도 드러난다. 푸틴은 동독 근무시 경험한 베를린장벽 붕괴를 ‘무질서’라고 느끼며 비밀경찰이 국가안보를 위해 꼭 필요한 존재라는 생각을 굳히게 되었다고 회상했다.

<모스크바〓김기현특파원> kimki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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