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노근리사건 조사과정, 피해자 변호인 참여요구

  • 입력 2000년 3월 7일 20시 06분


6·25전쟁 중 미군이 저지른 노근리 양민학살사건의 생존자 대표들은 6일 미국 워싱턴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미국 정부가 진행 중인 진상조사에 피해자들을 대리하는 변호인들을 포함시킬 것을 요구했다.

정은용(鄭殷溶·78) 노근리학살사건대책위원회 위원장은 내셔널 프레스클럽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미국 정부가 학살사건에 관한 기록을 독점한 채 이를 한국정부에 제공하지 않고 있다”고 비난하면서 사건의 진상규명을 위해 한국계인 마이클 최 변호사 등 미국의 4개 법무법인 소속 변호인의 조력을 받기로 했다고 밝혔다.

변호인단에는 독일기업과 스위스은행을 상대로 나치의 유대인학살에 대한 집단 배상소송을 제기, 수십억 달러의 배상금을 받도록 이끌어낸 로버트 스위프트 변호사 등이 포함됐다.

스위프트 변호사는 “노근리 사건은 미군이 총을 쏴 양민이 학살된 지극히 간명한 인권범죄로 피해자들이 이에 대해 사죄와 보상요구를 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변호인들은 미군의 자체 진상조사는 진실을 축소할 우려가 있다며 조사과정 참여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집단소송도 고려하겠다고 밝혔다.

<워싱턴〓한기흥특파원>eligi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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