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이집트 성지순례 첫발…종교화해-중동평화 기원

  • 입력 2000년 2월 25일 01시 16분


로마 가톨릭교회 교황 요한 바오로 2세(79)가 24일 이집트 카이로에 도착, 사흘간의 역사적인 이집트 순방을 시작했다.

교황은 이날 오후 2시(현지시간) 이탈리아 항공 MD80 전세기편으로 카이로 국제공항에 도착해 호스니 무바라크 이집트 대통령의 영접을 받았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교황은 지팡이를 짚고 천천히 비행기 계단을 내려와 붉은색 카펫을 밟으며 이집트에 첫발을 내디뎠다. 이슬람교도가 인구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이집트를 요한 바오로 2세가 방문한 것은 처음이다.

무바라크대통령은 교황을 공항귀빈실로 안내한 다음 “새 천년을 맞아 광신주 편견의와 증오를 극복하기 위해 함께 노력하자”고 말했다.

교황은 준비한 성명서를 통해 “세계인들은 중동에 정의와 행복이 퍼지기를 바라며 이 지역 모든 사람이 인간의 권리를 존중받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종교란 이름으로 악한 일을 하고 폭력을 행사하거나 다투는 것은 커다란 모순이며 하느님에게 죄를 짓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방문은 예수탄생 2000년을 기념하기 위한 성지순례의 일환. 교황은 25일 카이로 종합운동장에서 미사를 집전한 뒤 각 종교 지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종교간 화합을 위한 모임을 주관한다. 26일에는 성서에 등장하는 시내산의 ‘가시떨기나무’ 앞에서 기도를 올릴 계획이다.

교황의 이번 방문은 십자군 전쟁 이후 계속된 기독교와 이슬람교간의 갈등이 풀릴 수 있는 중대한 계기가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김태윤기자>terrenc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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