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태평양 투발루 "온난화로 나라가 침수돼요"

  • 입력 2000년 2월 22일 19시 03분


지구 온난화로 나라 전체가 바닷물에 잠길 위기에 처한 남태평양의 작은 섬나라 ‘투발루’가 이웃 국가에 애처로운 손짓을 하고 있다.

아이오나타나 아이오나타나 투발루총리는 22일 자국민 모두를 이민자로 받아줄 것을 호주 뉴질랜드 피지 등 이웃나라에 호소하고 나섰다고 AFP통신이 이날 보도했다.

9개의 환상 산호초로 이루어진 면적 26㎢의 영연방국가인 투발루는 섬에서 가장 높은 지역이 해발 4.5m에 불과하다. 1978년 영국에서 독립해 올 2월17일 유엔의 189번째 가입국이 된 투발루는 몇 년전부터 지구 온난화로 주변 해수면이 조금씩 높아져 나라가 언제 물속에 잠길지 모르는 절박한 상황에 처해있다. 실제로 지난주 투발루 주변 해수면은 한때 사상 최고수위인 해발 3.2m까지 높아졌다. 당시 투발루는 수도 푸나푸티를 비롯한 섬 대부분이 6시간동안 물에 잠기기까지 했다.

투발루 국민을 더욱 급박하게 만든 것은 1979년 투발루에서 분리 독립한 키리바시의 2개 무인도가 지난해 해수면 상승으로 바닷속으로 사라진 것. 이민지를 구하지 못할 경우 자칫 국민 모두가 수장될지 모른다는 위기감이 팽배하고 있다. 실제로 투발루는 ‘지구온난화의 첫 희생국’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환경전문가들의 예측이다.

그러나 이웃나라의 반응은 냉담하기만 하다. 피지만이 일부 연고가 있는 투발루인에 한해 이민을 받아들이겠다고 밝혔을 뿐이다. 뉴질랜드는 헬렌 클라크 총리가 아오나타나총리의 안타까운 요청에 마지못해 면담을 약속했지만 호주는 별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강수진기자> sj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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