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트리아 '극우연정' 대결국면…자유당, 대통령 조사 촉구

  • 입력 2000년 2월 7일 19시 48분


오스트리아 보수 인민당과 연립정부를 구성한 극우 자유당의 외르크 하이더 당수(55). 그가 6일 국제사회를 향해 유화적 발언을 하면서도 대내적으로는 토마스 클레스틸 대통령과의 대결자세를 분명히 했다.

하이더 당수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새 연정이 홀로코스트(나치의 유대인 대학살) 희생자들에게 적절한 보상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자신의 거친 언행을 순화하고 각료직을 맡지 않겠으며 내각에 대한 간여도 자제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하이더 당수는 “자유당이 연정에 참여하면 오스트리아에 대한 제재를 가하도록 클레스틸대통령이 유럽연합(EU)을 부추겼다는 증거가 나오면 의회에 조사를 요청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하이더 당수는 2일 기자회견에서 덴마크 일간지 엑스트라 블라데트를 꺼내 보이며 클레스틸 대통령을 비난, 클레스틸이 극우연정을 승인하도록 압박했다. 이 신문은 클레스틸이 자유당의 연정 참여를 막기 위해 EU의 압력을 요청했다고 폴 니룹 라스무센 덴마크 총리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오스트리아는 대통령제와 내각책임제의 절충형 권력구조를 갖고 있다. 국민 직선으로 선출되는 임기 6년의 대통령은 총리 및 각료 임명권과 의회해산권, 연립정부 승인권 등을 갖고 있다. 그러나 이런 권한은 다분히 의례적인 것. 실제적 권한은 의회 다수당이 갖는다.

클레스틸 대통령이 자유당의 연정 참여에 반대하는 개인적 신념과 국내외의 압력에도 불구하고 4일 자유당-인민당 연정을 승인한 것이 그의 현실적 한계를 시사한다. 그는 임명요청을 받은 각료 중 국방장관 등 2명의 교체를 요구해 관철시켰을 뿐이다.

클레스틸은 2일 발행된 주간지와의 회견에서 “하이더 당수가 집권하면 오스트리아의 이미지가 국제적으로 손상될 우려가 있다”며 “자유당이 나치당은 아니지만 최고 간부들이 정권에 참여할 자격이 없을 만한 언어를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었다. 인민당 출신으로 92년과 98년 대통령에 잇따라 당선한 클레스틸은 지난해 10월 총선 이후 원내 제 2당 자유당을 배제한 제1당 사민당과 제3당 인민당의 연정을 막후에서 주선했으나 무위로 끝났다.

하이더 당수는 친나치 성향의 가정에서 성장했고 친나치 발언을 거듭해 EU는 그를 ‘친나치 인물’로 낙인찍었다. 반면 클레스틸 대통령은 나치군 정보장교를 지낸 쿠르트 발트하임 대통령(86∼92년) 시절 오스트리아의 친나치 이미지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해 온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클레스틸은 35년간의 외교관 생활 중 주미 대사와 주 유엔대사 등으로 18년간을 미국에서 보냈다. 발트하임 대통령 시절에도 클레스틸은 워싱턴에 있었다.

<구자룡기자>bon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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