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트리아 극우연정 승인할듯…美 "관계 재검토" 경고

  • 입력 2000년 2월 3일 18시 01분


토마스 클레스틸 오스트리아 대통령은 유럽연합(EU)과 미국 등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극우 자유당과 보수 인민당의 연립정부 구성을 승인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외신이 3일 전했다. 이처럼 자유당 주도의 연정이 출범하면 EU 15개 회원국 가운데 처음으로 극우 정당이 집권하게 된다.

클레스틸대통령은 2일 외르크 하이더 자유당 당수, 볼프강 쉬셀 인민당 당수와 3자 회동을 갖고 3일 새 연정의 각료 명단을 제출하라고 지시했다. 2일 회동에서 클레스틸대통령은 연정승인의 전제조건으로 ‘유럽 민주주의 기본가치 선언’을 담은 문건에 서명하라고 요구했으며 양당 당수는 이를 수용했다. 이 문서에는 연정이 유럽의 주류 정치질서에서 유리되지 않는다는 등의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하이더 당수는 “양당이 신정부에서 추진할 100여 페이지의 공동정책안에 클레스틸대통령이 대부분 동의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극우 연정 출범에 대한 오스트리아 국내외의 반발이 격렬해지고 있다.

하이더 당수의 △이민 유입 반대 △EU 동유럽 확대 반대 등에 반발한 1만5000여명의 빈 시민들은 2일 클레스틸대통령 집무실과 인민당 당사 앞에서 극우 연정 반대 시위를 벌였다. 오스트리아 지식인과 예술인들도 공개서한을 통해 클레스틸대통령의 연정거부를 촉구했다.

이스라엘이 2일 오스트리아 주재 대사를 소환한 데 이어 EU 의장국인 포르투갈은 다음달로 예정됐던 조르제 삼파이오 대통령의 오스트리아 방문을 연기했다. 요슈카 피셔 독일 외무장관은 “극우 정당의 득세가 다른 EU 회원국에서도 일어나면 유럽통합을 저해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프랑스 외무부는 “극우 연정이 EU의 기본적 가치를 어기면 정치적 관계 단절 이상의 추가 제재가 가해질 수도 있다”고 밝혔다. 미국은 자유당의 연정참여가 최종 결정되면 오스트리아와의 관계를 재검토할 것이라고 2일 경고했다. 앨 고어 부통령은 “나치를 동정하고 나치가 자행한 홀로코스트(대학살)의 피해를 최소화하려는 듯한 발언으로 물의를 빚었던 인물의 연정 참여를 우려한다”고 말했다. 유럽의회 일부 의원들은 하이더 당수를 ‘유럽 내부의 암적 요소’라고 비난했다.

2일 새벽 폴란드 남부 크라코프의 오스트리아 영사관은 계란세례를 받았다.

<구자룡기자> bon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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