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美주도 반대" 푸틴독트린 채택

  • 입력 2000년 1월 13일 20시 12분


러시아가 새로운 국가안보전략을 채택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권한대행은 지난주 러시아 국가안보 개념의 변경에 대한 대통령 포고령에 서명했다. 크렘린 공보실은 12일 이를 공개했다.

‘푸틴 독트린’으로 불리는 신안보전략의 핵심은 △세계질서 다극화(多極化) 촉진 △핵무기 유용성 강조 △테러리즘에 대한 적극 대처 등 세가지.

러시아의 이같은 신안보전략은 냉전 종결 이후 미국이 주도해온 일극적(一極的) 국제질서에 대한 반대의사를 명확히 한 것이어서 앞으로의 세계질서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독트린은 ‘러시아가 다양한 국가의 경제적 정치적 지위를 강화함으로써 다극화 세계를 촉진해야 한다’며 ‘유엔의 역할을 강화해 국제 정치상황을 여러 나라가 함께 감시 감독하는 체제를 구축해야 한다’고 천명했다.

러시아는 보리스 옐친 전대통령의 임기 후반에 미국의 유일지배체제에 반대한다는 성명을 내놓기는 했으나 이를 국가안보전략으로 격상시킨 것은 처음이다.

러시아는 그동안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동유럽 팽창, 인권을 앞세운 NATO의 코소보 공습, 체첸전쟁에 대한 서방의 간섭 등으로 국가안보에 대한 압박감은 물론 민족적 자존심에 상처를 받아왔다.

분석가들은 러시아가 그동안 미국의 일극체제에 대응하기 위해 중국 인도 등 지역강국과 공동전선을 펴왔던 점을 상기시키면서 앞으로 러시아가 국익이 걸린 국제정치 사안에서는 미국과 정면대결하는 등 신(新)냉전의 대두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전망하고 있다.

독트린은 특히 ‘러시아는 핵전력으로 침략국이나 적대 동맹의 의도된 위해로부터 국가안전을 보장할 수 있어야 한다’며 핵무기의 역할을 강조했다. 이는 미국과 러시아가 합의한 전략무기제한협정(SALT)의 이행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대목이어서 주목된다.

독트린은 이밖에 체첸사태를 예로 들며 국제적 테러리즘이 앞으로 러시아 안보에 심각한 위협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이에 대한 적극 대처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황유성기자> ys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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