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다이소산업 매출 58%증가비결]'100엔 店' 불황없다

  • 입력 1999년 12월 19일 18시 47분


‘넥타이 부엌칼 잔 그릇 가위…. 무엇이든 100엔(약1100원)에 팝니다.’

일본의 유통가에 ‘100엔점(店)’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백화점 대형쇼핑센터 등 일반 유통업체는 불황이 이어지면서 매출 감소로 울상을 짓고 있지만 100엔점 만은 무서운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고작 100엔짜리 싸구려 물건으로 장사가 되겠느냐고 생각할 지 모르나 ‘티끌모아 태산’이다.

전국에 ‘더 100엔 플라자’를 운영하고 있는 다이소산업의 올해 매출은 작년 818억엔보다 58% 늘어난 1300억엔에 이를 전망이다.

점포수는 매달 30여곳 늘어나고 있어 내년 3월이면 1500여개에 이르게 된다.

백화점 등에서 100엔점을 유치하고 싶다는 연락도 쏟아지고 있다.

100엔점이 갖는 엄청난 고객 유인 효과를 활용하겠다는 생각에서다.

대형쇼핑센터인 후나바시소고에 들어선 다이소 100엔점의 매장은 200여평 남짓. 월 평균 4만5000여명의 손님이 찾아온다. 월 매출은 3000만엔 내외.

이같은 100엔점의 성공 비결은 다양한 상품을 갖추고 있어 구경하는 것 만으로도 즐겁다는 점에 있다.

백화점 등 기존 유통업계는 창고만 차지할 뿐 수익성이 낮은 저가격 상품은 아예 취급하지 않는다.

그러나 100엔점에는 값싸지만 요긴하게 쓸 수 있는 생활필수품이 3만여종이나 있다.

가격 부담이 없다는 매력도 크다. 주 고객층인 주부나 여고생이 별 부담없이 100엔짜리 상품을 집어들다 보면 어느새 쇼핑 총액은 수천엔을 넘게 된다.

때로는 동네 가게에서 100엔 이하인 물건도 이곳에서 더 잘 팔린다.

99엔 짜리 비닐쓰레기봉투를 100엔에 팔아도 손님은 누구도 불평하지 않는다.

100엔점의 또 다른 성공요인은 고품질.

대량구매 대량판매를 통해 상품의 질을 계속 높이고 있다.

한 품목당 수백만개를 사들이는 막강한 구매력을 갖고 있는 까닭에 다이소산업은 때로 대기업을 상대로 당당하게 ‘고품질 저가격’을 요구한다.

제조업체는 대규모 생산을 통해 원가를 낮출 수 있어 이 요구를 마다하지 않는다.

100엔점이 큰 인기를 끌자 최근에는 ‘100엔 주차장’ ‘100엔 버스’ ‘100엔 식당’도 등장하고 있다.

〈이영이기자〉yes20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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