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입력 1999년 12월 15일 19시 42분
공유하기
글자크기 설정
그러나 시가전이 시작되면 필연적으로 쌍방에서 많은 사상자가 발생하는데다 이미 94년 1차 체첸전때 러시아군이 그로즈니 시가전에서 엄청난 피해를 본 전례도 있어 러시아군이 쉽게 전면 시가전에 돌입할 것 같지는 않다.
이때문에 러시아와 협상에 나서겠다는 아슬란 마스하도프 체첸 대통령의 발언이 사태해결을 위한 중대한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분석하는 전문가들이 많다.
마스하도프가 만나겠다고 밝힌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비상대책부 장관은 그로즈니 시민들의 안전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이미 14일 체첸을 방문했다. 쇼이구는 현지에서 체첸 고위관리들과 전화를 통해 접촉하고 있어 조만간 마스하도프를 만날 가능성이 있다고 에호 모스크비 라디오 방송이 전했다.
이밖에 비록 합의에는 실패했으나 지난 주 체첸측 밀사가 모스크바를 방문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총리와 비밀협상을 하는 등 러시아와 체첸측은 여러 채널을 통해 접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그르즈니를 제외한 체첸전역을 장악한 러시아에는 다른 카드도 있다. 그중 하나가 체첸내 온건파를 친러시아 세력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노력. 러시아군은 지난달 온건파 체첸 지도자들의 도움으로 체첸 제2의 도시 구데르메스에 무혈입성했다.
러시아는 이어 체첸에서 영향력이 큰 베슬란 칸테미로프 전 체첸 부총리를 체첸주재 러시아정부 차석대표로 임명했다. 96년 그로즈니 시장 재임시절 횡령혐의로 구속돼 복역하다 석방된 칸테미로프는 친러시아계 민병대를 구성해 러시아군을 지원하고 있다.
체첸내 회유작전이 성공해 체첸 지도부의 분열이 심해지면 러시아는 협상 보다는 강공을 택할 가능성이 크다.
〈모스크바〓김기현특파원〉kimki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