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 특허'신청 윤리성 논란…美제약사 무더기 신청

  • 입력 1999년 12월 3일 19시 15분


민간 생명공학 회사들이 잇달아 ‘인간 유전자 특허’를 신청, 국제적인 연구인 게놈프로젝트를 위협하고 있다. 인간 유전자 특허 자체가 비윤리적이란 비판도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게놈프로젝트는 인간 유전자에 관한 정보를 규명하고 이를 무료로 공개해 각종 유전 질병을 치료하기 위한 15개국 공동 연구. 미국 등 일부국가 연구팀은 2일 인간의 23쌍 염색체 가운데 22번 염색체에 관한 유전자 정보를 완전해독 해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민간회사들은 게놈프로젝트가 완성되기 전 유전자 특허를 받아내 의약품 판매를 독점하려 하고 있다.

미국 제약회사 인사이트 파머슈티컬사는 2일 인간의 유전자 총 10만여개 중 절반인 5만개에 대해 특허를 신청했다고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했다. 이 회사는 이미 450개 유전자에 대한 특허권을 얻어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셀레라 게노믹사도 10월 6000개 유전자에 대해 특허권을 신청한 바 있다. 이 회사 크래그 벤터사장은 지난해초 “2000년 초까지 독자적인 인간 유전자 지도를 만들어내겠다”고 선언해 게놈프로젝트팀을 긴장시켰다. 일본의 헬릭스연구소도 9월 6000개의 유전자에 대해 특허권을 신청했다. 이들 민간회사들이 특허권에 관심을 갖고 있는 유전자는 대부분 암 당뇨 고혈압 등 20여개 질병에 직접 관련된 것.

유전자 정보 특허 자체에 대한 반론도 거세다.

일부 과학자들은 “인류 공동의 재산을 특허(미국의 경우 유효기간 20년)대상으로 삼는 것은 비윤리적”이라고 비난한다. 미 소비자 보호단체도 세계무역기구(WTO)각료회의에 참석한 각국 대표들에게 “유전자 특허권 남발을 제한해 달라”고 촉구했다. 그러나 제약업계는 “거액의 투자에 대한 대가는 당연한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구자룡기자〉bon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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