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高油價시대 오나]당분간 3~40달러선 고공행진 예상

  • 입력 1999년 11월 23일 23시 35분


국제원유가격이 이달안에 배럴당 30달러를 돌파할 것이라고 많은 석유전문가들이 내다봤다. 유가는 어디까지 치솟을 것인가.

석유전문가들은 유가가 한동안 배럴당 30∼40달러에서 등락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라크가 석유수출을 중단하자 석유전문가들은 “최악의 상황이 왔다”며 그렇게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원유감산합의가 이례적으로 잘 지켜지고 있는 터에 나온 이라크의 조치를 ‘엎친데 덮친 격’이라고 보고 있다.

세계경제가 회복국면에 접어들어 석유소비가 크게 늘어나는 시점이기 때문에 이라크의 석유수출 중단은 국제유가에 더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게다가 세계석유의 대부분을 소비하는 북반구가 겨울을 맞았고 밀레니엄버그(Y2K)로 원유공급망이 제기능을 다하지 못할 우려까지 제기돼 위기감을 더해주고 있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은 유가가 한동안 고공비행을 계속하더라도 언젠가 다시 20달러선으로 떨어질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그 이유는 △고(高)유가에 따른 석유수요 감소 △비(非)OPEC 산유국의 원유공급 확대 △세계경제 침체를 우려한 OPEC의 자제 가능성 등 세가지다.

미국 경제전문 CNBC 웹사이트는 “벌써부터 아시아 등 일부 지역에서 석유 소비가 줄어들고 있다”며 “수요가 감소되면 유가는 떨어질 수 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유가가 고공행진을 계속하면 비OPEC 산유국들이 폐쇄된 유정(油井)을 재가동하는 등 공급을 늘릴 가능성도 있다. 독일 도이체방크의 석유전문가는 “멕시코만과 카스피해 연안, 서부 아프리카지역 등 일부 유정은 경제성이 낮아 폐쇄된 상태”라며 “그러나 유가가 배럴당 30달러에 이르면 이런 유정도 충분히 경제성을 띨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유가가 배럴당 30달러선을 넘어 40달러선을 넘보면 OPEC가 원유감산조치를 어느 정도 풀 것으로 보고 있다. 세계경제가 침체돼 석유소비가 줄고 지나친 고유가로 폐쇄된 유정까지 재가동돼 공급이 크게 늘어나는 사태를 OPEC도 경계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희성기자〉leeh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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